지금 도서관에서/가현달
책들은 저마다의 이성을 품었지만 일련번호로만 구분될 뿐 겉모습은 닮아있었다
어느 것도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없다 여겼다
누군가의 손때만 가득 묻어있었다, 그건 나의 것이 아니었다
각 잡힌 공간에 유선형의 책장들, 마치 삶이란 미로 속에 가려진 의미부여라는 듯 이곳저곳에 숨겨져 있었다
종교와 사회과학 사이를 지나 왼쪽으로 돌고, 철학 섹션을 등지고 돌아서니 문학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문학은 소설을 지나 시집으로 나를 이끌었다
눈앞에 것들은 전부 시였고, 보이는 책장 너머의 전신거울 같던 누군가의 문 앞으로 순간을 이끌어주었다
시는 사랑과 그리움을 말했고
도서관은 사람사이의 고요한 사색을 들려주고 있다
여러 번 다녔지만 가끔씩은 낯선 공간
나만을 여기에 두고서 책들은 다시 새겨지고 새로운 숨으로 번져가서였을까?
끊임없이 팽창하다 언젠가는 이곳으로 돌아올 우주 속 먼지처럼
하루는 생각처럼 변하고 있다, 지금 도서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