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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맘 Jul 14. 2024

3년전 오늘,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

장하지만 안타까운 3년전의 오늘....

주말의 일상 기록

어제 가족 결혼식과 막둥이와의 쇼핑으로 오랜만에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그래서 정말 푹 잤다. 평소보다 1 시간 늦게 기상했고, 아침운동과 새벽 걷기도 생략하고 조금은 여유로운 주말아침을 보냈다.


아침운동 1시간과 새벽 걷기 (운동시간과 왕복소요시간 총 1시간)를 쉬니 참 여유롭다. 그래도 몸에 익숙해진 루틴들은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당근사과주스와 막둥이의  알바도시락과 레몬수를 만들고 건식족욕을 하면서 책도 읽고 녹차도 한잔 여유롭게 했다.




여유로운 모닝루틴

운동은 생략했지만 오후 일정은 평상시와 같이 지낼 테니 따뜻한 물에 샤워와 괄사마사지를 하고 단정한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외출준비를 했다. 카페를 가기 전 만들어둔 도시락을 막둥이에게 가져다주는 게 오늘의 중요한 일정이다.



맛있었다. 오늘의 당근사과주스

오늘은 내가 제일 늦게 집에서 나왔다. 막둥이는 6시가 되기 전,  남편은 7시즘 조기축구를 하러 갔고,  큰아이는 내가 샤워를 하는 동안 나갔나 보다.   막둥이의 알바장소로 도시락을 가져다주는 길에  핸드폰을 보니 큰아이에게 부재중 전화가 왔었다.


큰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 엄마, 오늘 당근사과주스 너무 맛있었어요. 그거 말하려고 전화했어요"

"고마워. 오늘은 좀 연하게 했는데 그게 맛있었구나. 기억해 둘게.. 고마워 맛있다고 해서 "

"네 나중에 봐요"

"그래"


큰아이에게 아침 당근사과주스가 맛있었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



 3년 전, 2021년 (사회적 기업가) 유공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페이스북을 열어보니 3년 전의 오늘의 기록이 반겼다.  2021년 코로나 19가 가장 심할 때였던 것 같다. 사회적 기업가로 큰상을 받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공식시상식은 생략되었고, 상장만 받으러 다녀왔던 기억이 난다.

집무실에서 꼭 필요한 관계자 (수상자, 시상자, 사진촬영) 3명만 상장 전달식과 사진만 찍었다. 그리고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큰상을 받았지만 이상을 받은 기억은 거의 없었다.


나와 가족에게 소홀했던 3년 전.

나는 5년 동안의 고민을 하고,  2019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을 시작으로 사회적 기업가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최선을 다했다. 나의 거의 모든 시간은 시각장애아동을 위한 활동을 담심포와 함께했다. 인형을 만들고 아기들의 장난감을 만들던 공예작가가 사회적 기업가가 되기 위해서 많은 교육을 받아야 했고. 처음 써보는 사업계획서와 발표등으로 바늘이 아닌 노트북을 끼고 혼자서 하는 공부도 많았다.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보낸 시간들이었다. 시각장애아동을 위한 교구재를 개발하고,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알리고 담심포의 활동을 알려야 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강사교육까지  힘든시간이였지만 보람있고 재미있었다. 그렇게 바쁜 일정을 보내느라 나와 가족을 돌보는 데는 소홀했던 시간이었다.  


장하지만 안타까운 사진

오늘은 3년 전의 기록을 보면서 장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3년 전 그 사진의 나의 몸에는 암이 자라고 있었다. 건강검진을 해야 하는 2021년. 뭐가 그렇게 바빴는지 건강검진을 미루고 미루다 12월달즘에 했었다.

나의 위내시경검사는 업무로 미루다 2022년 3월에 하게 되었고 결국 나의 암은 3월 말에 알게 되었다.

(암을 만나고 한때는 2021년 일찍 건강검진을 했다면 나의 암은 3기가 아닌 2기나 운이 좋으면 1기정도 였지 않을까 하는 후회를 하기도 했었다.)


나의 일상에서 중요했던 점자촉각교구재 개발 보급활동은 내가 암을 만나면서 멈출뻔했다. 사실 개발은 2년 동안 진행하지 못했다. 내가 (유일한 점자촉각교구재) 개발자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가 암수술과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에도  보급활동은 직원들과 거래처 관계자분들의 도움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꾸준한 한걸음을 위해서...

암을 만나기 전에는 빨리 큰 성과를 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암을 만나고 잠시 멈춤을 해보고 나니 가늘게 길게 꾸준히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삶도 담심포의 활동도....


암을 만나고 좋아하게 된 산책을 하듯이

나는 나의 일 (시각장애아동을 위한 점자촉각교구재 개발보급)을 참 좋아한다. 내가 암을 만나고 나의 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서두르거나 욕심내지 말고, 대신 포기하지도 말고, 꾸준한 한걸음씩정성껏 걸어가겠다 생각했다. 나의 일과 담심포의 여정이 단거리 뛰기, 마라톤도 좋겠지만, 나의 호흡 체력에 맞게 주변을 둘러보며 한걸음 한걸음 즐거운 산책을 하듯 걸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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