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luie Aug 10. 2020

거, 평당 얼마에 했수?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가지는 방법

집을 짓거나 리모델링을 한다고 하면 부모님, 가족, 친지, 친구, 지인, 동료, 지인의 지인, SNS 팔로워(!)까지 모두 나서서 한 마디씩 거든다. 그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평당 얼마에 했어? 세상에, 내가 아는 OO는 얼마에 했다던데 너무 비싸게 한 거 아니야?」 이다.


인간인지라 이런 말을 들으면 흔들린다. 안 그래도 집 짓기, 혹은 리모델링 특유의 '정보의 비대칭성'때문에 불안하기 짝이 없는데, 주변에서 자꾸 저런 말을 듣게 되면 얇고 느슨하기 그지 없는 나의 확신이란 것은 송두리째 뽑혀져 나가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내가 살 집을 짓는다는 것은 '임대를 위해 빠르고 저렴하게 짓는 주택'과는 전혀 다르다. 아무리 싸게 지어 준다고 해도 '내 취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가진 건축 설계사와 협의하면서 지은 집'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두 가지 경험을 다 해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 곳은 건축설계사와 협의해서 고쳤지만, 지하까지는 도저히 비용상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오래된 데다가 줄곧 세입자가 살아서 관리가 잘 되지 않았고, 수도관까지 동파되어 터져 버린 지하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건축 설계사는 「아무리 최소로 저렴하게 고친다고 해도 우리 사무소의 기준이 있어서 마냥 싼 자재를 써서 막 지을 순 없다」는 입장이었고, 그들이 준 견적은 우리의 비용에 조금 넘쳤다.


그래서 우리는 차선책으로, 계속 주변에서 말해 왔던 '평당 얼마에 싸게 잘 해 준다는' 곳에 지하의 시공을 의뢰했다. 「 이 정도면 충분히 그 견적 안에 지을 수 있다 」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을 듣고 우리가 얼마나 안심했던가 - 동시에 약간의 불안을 느꼈던가.


견적은 어째어째 조정해서 우리 비용 안에 들어왔다. (심지어 추가 비용 생각하면 아주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도 석고 보드를 대강 쳐서 벽이 부풀어 오른 방과 두세 번의 화장실 누수를 경험하며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모든 경우가 반드시 이런 결과를 맞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뒤에서 세게 밀어도 용케 안 넘어질 수도 있는 것처럼 그러나 평균보다 낮은 견적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위험을 안고 있게 마련이다. 재료도 최대한 싼 것을 써야 하고, 여러 부분에서 스펙을 다운시켜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그리고 적정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술자를 제대로 고용하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의 경우에도 나중에 보니, 여러 부분이 부족해서 - 결국 인건비는 기술력, 출장 횟수, 작업 시간에 비례하기 때문 - 석고 보드를 꼼꼼하게 치지 못했고, 그렇지 않아도 습기와 기타 외부 상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하 공간이라 부족한 부분이 더 빨리 드러났던 것이다.


리모델링을 계획하다 보면 '평당 얼마'의 함정에 속지 말라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결국 그것은 '평당 얼마로 정할 수 없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평당 얼마(결론적으로 싸게)에 지어달라'는 요구가 가질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본다. 리모델링의 경우엔 평균적으로 봤을 때 평당 300만원이면 꽤 빠듯하고, 500만원 이상이면 나쁘지 않게 할 수 있다고들 하지만 그것도 워낙 케이스 따라 다르긴 하다.


아무튼 결론은,  「평당 얼마라니, 너무 비싸게 했네!」 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멘탈을 다잡지 않으면 안 그래도 공사하느라 늙는데 노화만 더 가속화 될 뿐이다.


저렇게 했다가는 자칫하면 내 집이 망한다고 생각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