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과 채소
텃밭을 시작하는 초보 도시 농사꾼에게 난이도 최하의 작물은
아마도 '상추와 쑥갓' 듀엣일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농사의 '농' 자로 모르는 사람도
식탁에서 흔하게 접해본 쌈 채소라는 것,
그리고 국화과 채소이라는 것이다.
국화과 식물은 식물계 전체의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종류가 대단히 많고 그중 20여 종이 채소로 이용되고 있다.
국화과 식물 특유의 향과 쓴맛은 해충을 쫓아내는 역할을 하지만
쓴맛, 매운맛 안 가리는 인간종에 의해
오래전부터 잎, 꽃, 줄기, 뿌리 등 다양하게 이용당해 왔다.
상추의 학명은 Lactuca인데 라틴어 Lac(우유)에서 유래된 것이다.
잎줄기에서 분비되는 우윳빛 액체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것이다.
이 유액은 어린이들의 입맛에 거슬리는 씁쓸함을 품고 있지만
최면, 진정, 진통 효과를 갖고 있다.
한편 쑥갓의 학명은 Chrysanthemum.
그리스어의 chrysos(금)와 anthemon(꽃)의 합성어이며
종소명 coronarium은 왕관 모양의 쑥갓 꽃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처음 텃밭을 가꾼 해 쑥갓 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꽃집에서 파는 국화 못지않은 화려한 황금빛 왕관 같은 자태가
정말 아름다웠다.
실제로 유럽에서 쑥갓은 관상용 화훼로만 재배하고
동양에서는 채소로 먹는다.
아무튼 쑥갓은 상추쌈에 폭 안겨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부침개 반죽에 듬뿍 넣어 전으로 부쳐 먹어도 향긋한 매력이 폭발한다.
칼슘, 카로틴, 비타민 함량이 높고 풍부한 섬유질로 소화가 잘 되는
알칼리성 식물이지만 저장성이 나쁘고 수확기간이 짧기 때문에
욕심부리지 말고 이웃들과 빨리 나눠먹는 게 상책이다.
또 죄다 먹을 생각만 하지 말고
그대로 꽃줄기가 쭉쭉 올라오도록 놔두어
고상한 유러피안처럼 황금빛 국화를 감상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