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를 건너며 4화

굿모닝 샌디에이고

by 무똥

※ 알림: 이 글은 허구이며, 등장인물과 사건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면접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5명의 지원자가 동시에 면접을 봤고 1차 면접이 곧 최종면접이었기에 여러 가지 질문이 나왔다.

“신예지 지원자. 이제 졸업하시는 걸로 이력서에 기재가 되어 있는데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하실 예정인가요?” 면접관이 다른 지원자와 다르게 졸업을 앞둔 나에게 물었다.

“저는 곧 졸업하지만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 했습니다. 이번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서 제가 관심이 있던 무역 관련 인턴으로 미국에서 근무 후 한국에 돌아와 취업준비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미국에서의 인턴십 경험은 저의 향후 진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준비해 간 대답을 읊었다.

이후 여러 가지 질문이 이어졌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다. 면접이 끝나자 머리가 새하얘져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 때까지도 난 부모님께 이 일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았다. 아빠는 회사일로 한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였고, 엄마는 엄마 대로 나의 취업이며 언니의 휴학 문제 등으로 신경 쓸 게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축하합니다. 귀하는 한미인턴십프로그램에 최종합격하였습니다. 안내 드리는 사항을 준비하여 OT에 참석 부탁드립니다.’


안내된 준비 사항을 확인하니 우선 내가 받게 될 J-1 비자는 내 계좌에 1,000만원이 있는 걸 입증해야 발급이 가능했다. 내 자력으로 구할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부모님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아니, 무슨 미국을 간다고 이 난리야! 너 취업 안 해? 언제까지 엄마, 아빠가 네 뒷바라지를 해야 하니?” 아빠는 무섭게 화를 내며 말했다.

“이번만 도와주시면 갔다와서 최대한 빨리 취업할게요. 미국에서도 커리어 쌓을 수 있는 괜찮은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게 노력할게요.” 나는 간절함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요즘에 해외 취업 사기가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여자 혼자서 외국을 다니는 것도 위험하다. 못 간다고 연락해.” 아빠는 단호했다.


엄마는 옆에서 뜨개질에 시선을 고정한 채 듣고만 있었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 눈물을 훔쳤다. 하반기 채용에 도전하기엔 나는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마음 속에는 이미 아메리칸 드림이 한껏 부풀어 오른 이후였다. 곧 OT에도 참석해야 하고 비자와 숙소 등 여러가지를 얼른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다니 절망감에 숨이 가빠왔다.


이틀 뒤, 엄마, 아빠가 다시 나를 거실로 불러냈다.

엄마는 아빠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고 아빠는 멋쩍은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 네 말을 듣고 보니 정부에서 하는 프로그램이니 사기 걱정은 없겠더구나. 네가 어려서부터 미국에 가고 싶어한 거 엄마, 아빠도 당연히 알지.” 아빠가 말했다.

“기회는 항상 오는 게 아니야. 왔을 때 잡아야 하는 거야. 돈은 어떻게든 마련할 테니 갔다 와. 대신 독하게 마음 먹고 갔다 와야 돼.” 엄마는 단단한 눈빛을 나에게 보냈다.


OT부터 비자 발급까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외교부에서 진행하는 OT가 대학 졸업식과 같은 날 열리는 바람에 나는 졸업식에도 가지 못 했다.


9월 말, 나는 엄마가 태워다 준 차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렇게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하여 샌디에이고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에서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보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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