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샌디에이고
※ 알림: 이 글은 허구이며, 등장인물과 사건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내가 앞으로 5-6개월 간 묵게 될 숙소는 샌디에고 시내 가스램프 쿼터에 위치해 있었다. 브로드웨이와 5번가 근처에 위치한 곳으로 걸어서 10 블록 정도만 가면 바다가 나오는 곳이었다.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내가 다니게 될 어학원이 있었다. 케밥집, 미국식 중국집, 쇼핑몰, 옷 가게 등 다양한 상점과 식당들 또한 있어서 살기에 정말 편리할 것 같았다. 내가 도착한 9월 말, 10월은 아직 기온은 한국에 비해 높았다. 하지만 바닷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와 그렇게 덥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가지고 간 미러리스 카메라로 샌디에고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리틀 이태리에서는 젤라또와 피자를 먹었다. ‘여기가 한인타운 같이 이태리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인가…?’ 따위의 생각을 하며 곳곳을 구경했다. 씨포트 빌리지에서는 요트 구경을 실컷 했다. 바닷가를 따라 조깅하는 사람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연을 날리는 사람도 있었고 날아다니는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도 있었다.
이 모든 모습을 카메라로 담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나이스 카메라!”라며 말을 붙이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하얀 바디에 검은 렌즈와 플래시 그리고 버튼이 있는 내 카메라를 나는 펭귄이라고 불렀다. 한국에서는 사진을 찍고 돌아다녀도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 미국에서는 종종 사람들이 내 카메라가 예쁘다고 칭찬을 한 마디씩 해 기분이 으쓱해졌다.
어느덧 개강날이 되었다. 같이 도착한 한국 학생들과 나는 영어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시험을 봤다. 시험은 나에게 너무 쉬웠다. 하지만 쓰기 시험이 시작하자마자 내가 화장실에 잠깐 간 사이에 누군가 내 답안지를 가져가 버렸다. 나는 답안 작성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제일 높은 레벨에서 한 단계 낮은 고급 1반에 배정되었다. 반 배정이 끝나자 신규 학생을 위해 피자 파티가 열리는 교실로 모두들 이동했다. 한국 학생들이 바글바글한 사이에 짙은 속눈썹을 하고 곱슬머리에 캡모자를 눌러쓴 한 남학생이 보였다. 나는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 나는 신예지라고 해. 너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어쩐 일인지 그 남학생은 매우 당황하는 것처럼 보였다. 쓰고 있는 모자를 손으로 한 번 잡았다 다시 푹 눌러쓰면서 대답했다. “안녕! 나는 앤워야.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왔어.”
“사우디 아라비아? 와! 나 잘 모르는데 이름이 정말 멋있는 나라 같네. 넌 무슨 반이야?” 내가 물었다.
“나는 중급 2반이야. 너는 몇 반이야?”
“나는 고급 1반. 다른 반이구나. 아쉽네.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앤워는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대화를 해 본 사우디 아라비아 사람이었다. 웃는 얼굴에 드러나는 치아 교정기가 매력 있었다. 나이가 몇 살인지도 물어봤으나 앤워는 대답 대신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피자 파티가 끝나고 배정된 고급 1반의 교실로 몇몇 한국 학생들과 함께 들어갔다. 교실은 유리창으로 되어있었는데 우리 교실은 옆 건물의 실외 계단과 마주하고 있어 특별한 경치는 없었다. 프랑스 성을 가진 잘생긴 담임 선생님이 반갑다는 말과 함께 자기소개를 마치던 참에 누군가 교실 문에 노크를 했다.
똑똑똑-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밤톨 같은 짧은 머리가 온통 하얗게 새어버린 젊은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