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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Oct 26. 2024

가장 큰 빌런은 가족

7. 부모복 없는 것의 양면성

살면서 만났던 이런저런 인간 군상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재미'로 씁니다.




나처럼 통찰력이 있다, 신기가 있다, 사람을 잘 본다 등의 소리를 종종 듣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의 불화로 고통을 겪었다든가, 한쪽 부모님이 안 계신다든가, 이혼하셨다든가 하는 가정사가 좀 있다는 점이다. 어린아이가 마음 편하게 지내지 못하면 주변의 눈치를 자연스럽게 많이 보게 된다. 눈치를 많이 보면 사람을 오래 관찰하게 되고 특징을 분류하게 된다. 사람의 특징을 알게 되면, 단편적인 행동을 보고 이후의 행동도 자연스레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부모가 철이 없거나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이 없으면 아이가 대신 철이 들고 (본인을 옥죄는) 책임감이 생길 확률이 높다.


나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철이 없는 아버지를 가진 것에 대해 참 유감이 많았다.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겠느냐만은..(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나의 부모님은 정말로 삶이 버거우셨던 것 같다. 자식을 낳고 나서는 더욱더. 살면서 부모님의 사랑이나 혜택을 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두 사람이 늘 싸우던 모습과 싸우고 또 싸운 기억,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내가 기억이 있던 7살부터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19살까지의 어린 시절에 평생 겪어야 할 고난은 다 겪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하지 않아도 될 경험을 너무 많이 했고 아무도 나를 보호해 주지도 신경 써주지도 않았다. 나는 버려진 아이나 전쟁고아나 다름없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세상은 나 혼자이며, 어른들은 참 이기적이며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부모를 포함한 내가 본 어른들은,


1. 아이들에게 감정을 쏟아내고 이성적인 판단이 없으며
2.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다하지 못해 생활이 엉망이며 발전이 없었으며
3. 그러면서 남에게는 은근한 기대가 많고 책임감이 없다.


그래서 내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고 열심히 살아냈다.(살아냈다는 표현이 알맞다. 어느 순간 살기 위해 가족에게 정서적인 보상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내가 나를 위해 살았다.) 나는 우리 부모님이나 삶이 망가져 버린 몇몇 친척들처럼 살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본인의 삶은 본인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렇게 가족 복이 없는 것은 정말 생각보다 risk가 크기는 컸다. 인생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오롯이 나 혼자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며, 내가 독립을 한 이후에도 어린 시절에 겪었던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 20대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마음이 참 많이 힘들었는데 그것 조차 잘 몰랐던 것 같다. 부모 복이 없는 이유로 가장 좋은 시기를 즐기지 못하고 많이도 혼자서 가슴 아파하고 시간이 그냥 날아가버린 것 같다.  


하지만, 부모 복이 없는 것의 장점을 억지로 찾아내자면 스스로 강해진다는 점이다. 나는 무슨 일이 생겨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그런 멘털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일에 쉽게 무너지고 포기하지 않는다. 나에게 삶은 늘 원하는 것을 바로바로 주지 않았기 때문에, 견디는 일에는 자신이 있다. 그리고 견디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온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이다. 내가 받아들여야만 하는(통제 불가능 영역) 바꿀 수 없는 부분은 넘어가고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에만 최선을 다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마음은 비웠지만, 겉으로는 엄청 열심히 살게 된다.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말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나의 관찰에 따르면 어린 시절부터 너무 모든 것이 허용되는 환경에서 자라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쉽게 좌절하고 본인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아집이 생긴다. 그래서 한 번 실패를 하면 잘 일어서지 못하고 슬럼프가 길어지고 가정 밖에서의 쉽게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사례를 워낙 많이 보다 보니, 부모복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결국 인생은 1인분이고 내가 주체적으로 경영하고 만들어나가는 어떤 대상인 것이며 다양한 경영방법이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면 되고, 중요한 것은 원하는 것을 최선을 다할 때까지 결과에 상관없이 해보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책임감 없는 부모와 나름 험난했던 인생이 가르쳐준 교훈인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도 부모복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엄청 많을 것이다.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도 가족이 준 상처나 실망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는 부모는 나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우리 자신도 부모를 위해 희생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인생은 부모의 것이고 이번 생에서 부모가 겪어야 할 어떤 경험이 있었다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우리는 그 안에서 영향을 받을지라도 우리 자신의 주체성을 가지고 나만의 인생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인생이 원하는 바이다.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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