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동중인 어느 사람
사실 나는 처음에 역행자 비틀기 연재를 시작할 때 그냥 드라이하게 나갈 생각이었다. 역행자의 각 장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를 하고 그에 대한 비평과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포맷을 생각해두고 있었는데 이는 나의 오만이었다. 각 장에 담긴 내용은 깊이도 뒷받침할 근거도 없다. 당연한 소리 아니면 정말 틀린 헛소리를 당연한 것처럼 하고 있다. 결국 정리할 것은 없었으며 따지고 싶은 것은 넘쳐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이번장도 특별히 정리할 내용은 없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역행자가 내세우는 이론은 진화심리학과 책 클루지에서 가져온 것이다. 인류가 수렵채집시절을 포함하여 수만 년 동안 진화하는 과정에서 선사시대 특징이 남아 있으며 이는 현대에 맞지 않아 오히려 사람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인데.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첫 번째는 진화심리학이라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는 사실
두 번째는 무작정 반대로 하는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
마지막 세 번째는 송명진은 그마저도 잘못 이해했다.
휴리스틱(Heuristic)은 그저 '인간이 얼마나 멍청한지'만 배우면 다 얻은 것이다.
본인 스스로 대학생 때 공부의 벽이 허물어졌다고 하였다. 하지만 응용인지심리학에서 휴리스틱에 대해 저렇게 평가하는 것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송명진이 들은 수업과 내가 들은 수업은 다를 수 있다. 나는 컴퓨터공학에서 휴리스틱을 먼저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처음 휴리스틱을 배우면서 되게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 - 속담
시험 칠 때 먼저 선택한 답과 나중에 떠오르는 답이 있다면 첫 번째 답으로 밀고 가라. - 시험 격언
어떻게 보면 모두 휴리스틱과 관련한 속담과 격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려야 할지 모른다. "단언하는 것은 위험하다" 휴리스틱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자
발견법(發見法) - 휴리스틱(heuristic)
휴리스틱은 사람이 가진 한정된 정보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결론을 내는 과정을 뜻한다. 흔히 말하는 촉이나 직관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 듣는다면 그렇다면 분명 휴리스틱은 비합리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는 있다. 필연적으로 휴리스틱은 분명 개인의 경험에 종속되고 인지능력의 한계로 인해 비합리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휴리스틱은 멍청하고 단점만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사람은 생존할 수 없다.
만약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모든 변수와 예측되는 상황을 고려하며 최선의 어떤 수를 뽑아내는가?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기에 우리는 휴리스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음식물을 버리러 갈 때 종량제봉투도 확인하고 같이 챙겨나가는 일도 에너지 소비를 고려해서 진행하는가? 빨래를 먼저 돌리고 기름때 묻은 그릇을 세제물에 담가두고 청소기를 돌리는일 역시 진행순서와 자동화를 고려하며 움직이지 않는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에 사람은 자동적으로 에너지를 덜 소모하는 최적화 작업을 한다.
자전거를 타며, 공을 던지며, 직관적으로 위험한 사람이 보일 때 취해야 하는 행동은 심사숙고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빠른 시간 내에 결정하는 직관을 요구하며 이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했다. 이를 단순하게 "멍청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휴리스틱은 알고리즘보다 열등한것 아닌가?
이세돌이 알파고 꺾은 ‘신의 한 수’ 나올 확률…‘0.007%’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알파고를 이긴 이세돌의 신의 한 수라고 하는 78수는 사람이 가진 무기 휴리스틱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제한된 시간 내에 내가 가진 경험과 정보를 가지고 내릴 수 있는 하나의 판단, 직관이야말로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다. 어떻게 이를 두고 멍청하다고 표현하는지, 선사시대만 유용하고 지금은 쓰레기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심지어 알고리즘조차 완전탐색처럼 모든 것을 다 따지고 앉아 있다면 비효율적이라고 한다. 정확한 판단만큼 빠른 판단 역시 중요한 성능이다. 알고리즘에서도 덜 중요한 변수를 빼며 최소한의 정보를 가지고 보다 빠르게 정확한 결과를 얻으려고 애쓴다. 알고리즘조차도 계속해서 발전하며 이는 불완전한 사람의 직관을 통해 완성되어간다. 어찌보면 완전함은 실존하지 않는 이데아 같은 개념이다. 어떤것을 취할지 Trade-Off를 결정해야한다.
휴리스틱 한줄 가지고 너무 오래 붙잡고 있는거 같다. 이제 다음 3중뇌(삼위일체뇌) 소개하는거 보자
뇌는 현대 과학이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미스터리다.
- 중략 -
호모사피엔스가 어류,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를 거쳐 영장류로 가지 쳐지며 진화하듯이 인간의 뇌도 여러 단계의 진화를 거쳤다.
사람의 뇌는 미스터리라면서 어떻게 진화되었는지 3 중뇌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 뇌과학 이론에 따르면 사람의 뇌구조는 "구조가 구분되어 동작하지 않는다. 하나의 거대한 뉴런네트워크다" 3 중뇌는 19세기 골상학의 영향을 받았으며 골상학이 쇠퇴한 이후에도 대중적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현대과학에서는 이미 뇌는 특정기능이 구역별로 동작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의 거대 네트워크다. 뉴런의 능력은 하나만 수행하지 않으며 여러 기능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뇌의 어느 부분이 손상되자 더 이상 볼 수 없거나 운동능력을 수행할 수 없을 거라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자 뇌의 다른 부분이 해당 부분을 이어받아서 다시 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여러 차례 관찰되었다.
합리적 사고라는 인간 고유의 능력 덕분에 우리는 동물적 본성을 이겨냈으며 이제 지구를 지배한다. 삼위일체의 뇌를 믿는 것은 인간이 '최고의 종'이라는 1등 트로피를 스스로 수여하는 것이다.
-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리사 팰트먼 배럿 저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뇌에 관한 잘못된 믿음 3가지’
애초에 과학이 아닌 것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여기서 줄이겠다. 과학이 될 수 없는 진화심리학을 두고 사실인 것처럼 단언하며 사람의 강력한 무기인 휴리스틱을 멍청하다고 한다. 이제는 3중 뇌라는 이미 현대과학에서는 폐기한 이론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려 든다. 솔직함 심정으로 이런거 보고있으면 어지럽다. 지금부터는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유튜브를 하면 현재 연봉의 10배를 버는 게 확정된,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강한 여성이 있다.
유튜브나 블로그, 새로운 플랫폼에 도전하다 실패해도 죽지 않는다.
세상에 유튜브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시작만 하면 10배를 버는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송명진은 가지고 있나 보다. 새로운 플랫폼에 도전하고 실패해도 죽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한때 유튜버가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이는 것을 보고 초등학생 장래희망에도 올랐으며 사람들이 너도나도 달려들던 때도 있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모두 성공해서 연봉이 10배 뛰고 경제적 자유를 얻었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해서 실패한 것을 좋은 경험이라고 퉁치기에는 엄연히 시간과 돈이라는 기회비용을 지불하였다. 우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또는 발전하거나 되고 싶은 것이 어떤지 파악한 다음 도전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도전하는 것을 두고 무작정 유전자의 오작동을 이겨내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근거인가?
참고로 이슈 렉카 유튜브를 즐겨본다고 고백하는 것은 유전자 오작동에 잘 길들여진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