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삼천포도 잘 가요.

소중한 삼천포

by 우수진

나는 글을 쓰다가 삼천포로 곧잘 빠진다. 쓸 이야기가 없어서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는 건 아니다. 머릿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인 경우다. 자판을 치는 손가락이 머릿속에서 쏟아내는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삼천포로 빠지면 빠지는 대로 내버려 두고 거기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뽑아낸다. 이게 또 다른 주제로 하나의 글이 되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글을 비평해주는 제삼자(남편, 내 친구)가 ‘읭? 이거는 여기 왜 썼어요?’ 그런 반응을 보이면 나는 최대한 내 글을 변호한다. 그러다가 제삼자의 말이 맞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군 하고 결론이 나면 삼천포로 간 문단을 내린다. 하지만 이런 문단을 단순히 삭제하는 게 아니라 다른 파일에 넣어둔다. 이렇게 잘려 나온 이야기들만 따로 모아 두었다가 다른 글에 쓸 만한 좋은 예시가 되겠다 싶으면 가져다 쓴다. 혹은 이 문단이 완전히 다른 글의 첫 문단이 되어서 새로운 글이 나오기도 한다.

keyword
이전 14화글쓰기는 글쓰기로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