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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리 Oct 26. 2020

모퉁이가 시작되다

갈래를 탐험하다-1

길이 나눠지는 갈래의 장소를 바라본다.

세상의 모든 갈래, 모퉁이를 모아 늘어놓고 비교해보는 기회가 있다면 백이면 백 모두 다른 모습일 것이다. 비슷한 유형이 있을 뿐 모두 다른 조건 속에 다른 해결책을 제시한다.

모퉁이가 주인공이 된다거나 관심을 갖게 되는 일이 거의 없다 보니 무심코 스쳐 지나는 조연 같은 장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길과 길이 만나 충돌하는 코너마다 해프닝이 일어나고 이야기의 발단이 시작된다.


‘모퉁이에서 만나다’, ‘모퉁이를 돌면’, ‘우연히 모퉁이에서’.

어떤 장소의 이름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떠오르는 문장들은 장소에 담긴 본질을 포함한다.

나눠지고 만난다 / 전환의 기회 / 우연히 / 갑자기 / 해프닝.


모퉁이를 둘러싼 장소와 그곳에 스며있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Via Arnaldo Fontini, Assisi, Italy _ BGM # Room204 | Jazztronik

#1. 따로 또 같이

이탈리아 아시시(Assisi)의 작은 갈래에 우리는 있다.

모퉁이 안쪽은 길을 따라 낮게 세워진 벽과 건물의 파사드에 의해 두 면이 둘러싸여 있고, 나머지 두면은 열린 마당으로 길에 접해있다.

모퉁이 바깥은 벽이 한 번 꺾이며 생긴 모서리에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 계단과 문이 있다. 문 바로 옆에 교차로에서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교통표지판이 있다.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코너에 자리한 쇼윈도는 상점 안에 무엇이 있는지 호기심을 자극하고 각자의 취향에 맞는 곳인지를 들어가지 않고서도 판단할 수 있다.

모퉁이 안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며, 함께 모여 모퉁이 전체를 이룬다.

따로 또 같이.



Corso Mazzini, Ragusa, Italy _ BGM # Reminiscence | Olafur Arnalds & Alice Sara Ott

#2. 최소의 모퉁이

여기 아주 작은 모퉁이가 있다.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보도가 곡선의 파사드를 타고 돌아온다. 파사드가 끝나는 지점, 보도는 한 발자국 밖으로 확장되며 작은 테라스와 같은 공간을 만든다.

그리고는 다시 보도의 폭은 좁아지고 한 발자국씩 내디딜 수 있는 계단으로 모퉁이의 레벨과 방향 전환을 한 번에 해결한다. 몸을 틀어 한 단씩 아래로 발을 디디며 모퉁이를 돈다. 장소에 맞게 자연스럽게 최적화된 터닝포인트 위를 리드미컬하게 통과한다.

최소의 제스처만으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는 것이.

지금까지 만난 모퉁이 중 가장 미니멀하면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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