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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리 Oct 29. 2020

가장자리를 따라 열고 닫다

가장자리를 탐험하다-2

땅의 가장자리를 따라 걸어보면 바다, 강, 호수, 절벽, 협곡, 국경, 마을 경계선과 같은 곳을 만나게 된다. 중심에 비해 뭔가에 맞서고 해결하고 극복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그런 과정이 집과 길, 마을에 그대로 투영되어 우리는 중심에서는 볼 수 없는 가장자리의 유니크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가장자리를 이루는 경계들은 시간에 낡고, 바람에 풍화되고, 땅에 묻히며 변하거나 사라지고 다시 만들어지기도 한다.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며 매 순간 바다의 경계는 변하고, 땅이 융기하거나 가라앉으면서 땅과 바다의 가장자리는 계속 변해간다. 도시가 확장되면 자연스럽게 도시의 가장자리도 확장된 곳으로 이동한다. 이 예측할 수 없는, 늘 변화 속에 있는 가장자리를 걸으며 그 풍경들을 따라가 본다.



#4. 바다의 가장자리

Azenhas Do Mar, Portugal _ BGM # All Melody | Nils Frahm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바람이 거세고 거친 장소가 있는가 하면 바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아늑하고 조용한 장소도 있다. 골짜기와 언덕, 만과 , , , 호수 모두 제약이면서 동시에 혜택이 되는 것들이 있다. 그곳에서 자라는  재료와 나무, 꽃이 모두 다른 것처럼 같은 지역이어도 땅의 기복과 들어가고 나감의 차이에 따라 길과 집의 방향은 바뀌고 땅을 이용하는 방식에서도 차별성이 드러난다.

육지로 움푹 들어간 만을 따라 집과 마당, 길이 여러 켜를 이루며 들어서 있다. 집은 바다를 향해 정면이 아닌 측면으로, 만의 골짜기를 향해 정면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해안선 곳곳에서,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높은 고원에서 사람들은 어느 누구 예외 없이 비슷한 풍경들로 나란히 함께 한다. 모두 납득하고 설득되는 지형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5. 도시의 위, 아래, 좌, 우의 가장자리

BGM # Heat | Leyya

줌 아웃해서 지도를 들여다보면 세상은 집과 건물로 채워진 도시가 아닌, 비어있는 곳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모든 도시들은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하나의 그룹을 이루며 모여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룹과 그룹 사이에 비어있는 땅과 도시가 만나는 가장자리는 어딘가에 존재한다.

산으로부터 내려온 흐름이 마을의 끝을 만난다. 그 가장자리를 따라 집이 하나 둘 모여들고 그렇게 산과 마을이 만나는 가장 위의 경계선을 이룬다. 골짜기와 만나는 가장 아래의 경계선도 있다. 그리고 가장 동쪽의, 서쪽의 경계선도 있다. 마을의 바운더리는 닫혀 있다가도 어느 순간 열려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자연과 바람, 사람의 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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