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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리 Oct 26. 2020

갈래, 이야기와 해프닝이 생겨나다

갈래를 탐험하다-2

#3. 모여든 이야기

갈래에는 이야기가 모여들고 흘러나간다.


Calle De San Pablo, Toledo, Spain _ BGM # Gentle Rain | Eddie Higgins Trio

스페인 톨레도의 모퉁이에 우리는 있다.

이 장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을까?

노을이 질 무렵...... 아니, 6월의 어느 오후 두 시.

느리게 점심을 먹고 집 밖으로 나와 모퉁이를 향해 걷는다. 경사가 급한 지형에 걸쳐있는 모퉁이는 두 개의 단으로 크게 나뉘어 있는데 위쪽은 나무가, 아래쪽은 벤치가 있다.

이미 몇몇 사람들이 모퉁이 주변에 모여들어 있다. 모퉁이 이곳저곳에 앉아 BlaBla 시시콜콜한 수다를 떤다. 이곳을 스쳐 지나는 모든 이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는 산으로 간다.

그런 매일매일의 하루가 쌓여 가는 모퉁이의 이야기.    권은   있는 이야기가 나무 아래 모퉁이에서 흘러나온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의 배경이   있는 장소가 시작된다.



#4. 기회를 엿보는 해프닝의 장소

갈래에는 해프닝이 일어난다.

Campo De San Pablo, Toledo, Spain _ BGM # Here’s That Rainy Day | Eddie Higgins Trio



모퉁이에서 부딪히다.

외나무다리가 아닌 모퉁이에서 적을 만나다.

오랜만에 모퉁이에서 사이가 나빴던 사람을 만나 나도 모르게 반가워하다.

모퉁이에 숨어있다가 불쑥 나타나 깜짝 놀라게 하다.

모퉁이를 돌면 큰 나무가 하나 있다.


이곳은 스페인 톨레도의 어느 모퉁이다.

모퉁이에서 가까운 곳에 건물의 벽과 담이 하나의 파사드처럼 이어져있다. 그 하나로 일체화된 모습이 모퉁이의 장소성을 더 강하게 만든다. 예각의 모퉁이는 모퉁이에 접한 길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다. 모서리의 긴장감에 다이나믹함까지 더해져 이런 모퉁이를 만날 때마다 멈춰서 바라보게 될 만큼 임팩트가 있다.

모퉁이는 한 지점이 아닌 범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곳에서 필연이 아닌 우연의 해프닝이 일어난다. 이곳에 계획된 일이 일어날 이유가 그 어디에도 없다.

그 모퉁이가 예각이라면 반전은 더욱 커진다.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마음을 술렁이게 한다.



#5. 길의 어귀, 기원을 담다

Via Degli Acquedotti, Assisi, Italy _ BGM # Trois Gymnopedies: No.1. Lent Et Douloureux | Erik Satie

유럽 도시의 뒷골목을 걷다 보면 골목  모퉁이에서, 길의 어귀에서 성모상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움푹 들어간 벽감에 성모상을 두고 촛불을  둔다.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오며 가며 기도를 한다. 그들에게 이곳은 일상의 루틴 속에서 더없이 중요한 장소가 된다.

시대가 바뀌어도 세상의 고통은 끝날  모르고 사람들은 여전히 기도를 한다. 성당이나 교회, 절에 가지 않더라도 종교가 없어도 성모상 앞에서, 십자가 앞에서, 불상 앞에서, 솟대 앞에서, 성황당 앞에서, 돌탑 앞에서 잠시 멈춰 뭔가를 기원하게 된다.


그렇게 길 어귀는, 모퉁이는
다양한 믿음이나 기원을 담는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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