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귀리 Oct 27. 2020

길, 이곳과 저곳을 잇다

길을 탐험하다-3

#7. 기억을 소환하는 길.


Alfama, Lisboa, Portugal _ BGM # Oysters | Me’shell Ndegeocello

기억할 것이다.  골목을.

어디에나 있을법한 골목이 아닌 우리만의, 우리의 아지트였던, 약속 장소였던, 심부름을 가던, 몇 단을 한꺼번에 뛰려다 넘어진, 좋아하는 아이를 흘끔거리던 그 시절 많은 기억들이 숨어 있는 길.

특별한 장소에 대한 기억이 모두 하나의 방에 머물러 버튼만 누르면 줄줄이 소환되게 하기에 충분히 임팩트 있는 커다란 아치로 시작되는 그런 골목이다.

길은 기억 속에 저장되기에 좋은 방식의 장소다. 이곳과 저곳을 잇는 루틴 속에 이야기는 자연스레 함께 저장된다. 다른 길과 차별되는 인상적인 장치만으로도 여러 종류의 해프닝이 장소에 녹아들어 나이가 들어도 잊히지 않는 장소들로 남게 된다.



#8.  한 번에 보여주지 않는 길의 위트

Escadinhas Da Barroca, Lisboa, Portugal _ BGM # Nite and Day  | Me’shell Ndegeocello


 여자가 지도를 보며 걷다가 길의 입구가 가려져 있어 이곳을 놓칠뻔한다.

다행히 벽이 낮아지며 계단을 발견한다.

 뒤의 계단을 올라 참을 돌며 본격적인 계단이 시작된다. 위를 향한 풍경이 열린다.

한동안 계단이 끝나는 곳을 쳐다본다.


계단을 내려오는  남자가 있다.

한참을 내려오다가 잠시 멈춰 아래를 바라보니 길은 보이지 않고 계단 끝에 테라스 같은 공간이 있고  뒤로 건물 파사드의 벽과 지붕이 보인다.

길에 가까운 곳에 근접했다는 약간의 안도감과 잠시 쉬었다가도 되겠다는 여유가 생긴다.

계단과 테라스에 의해 풍경은 잘린다.

테라스에 서서 길을 발견하고 모서리를 돌아  계단을 걸어 거리로 들어선다.


올라가면서도 내려가면서도 풍경은 바로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일직선으로 바로 이어져 모든 것을 보여주는 길이 있고, 꺾이고 접혀 한번에 인지되지 않는 길이 있다.

돌아서 들어가다.

한 번 꺾어서 들어가다.

긴 계단이 주는 위압감을 해소하거나 땅의 경사가 계단으로 한 번에 내려오기 힘든 실질적인 이유를 배제하더라도 한 번에 보여주지 않는 동, 서양 불문하고 통하는 감성이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전 12화 길의 경계가 모호해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