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리더십을 기술하시오.
우리가 아니라 당신들의 열정이 필요합니다.
어느 자소서에나 있다. 그놈의 리더십! 나의 리더십을 어필하라는 그 질문.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신입을 뽑으면서 리더십이라니. 오히려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이 아닐까? “이 회사 사장의 리더십을 기술하시오.”
고작 사회생활 3년 차지만 많은 사장을 만났다. 나의 사장님인 경우도 있었고, 내가 출입하는 출입처의 장도 있었다.
당연스레 그중에는 꼰대뽕, 나이뽕에 취해있는 장도 있었고, 정말 닮고 싶은 리더도 있었다. 한 번은 한 회사 안에서 꼰대뽕에 취해있는 왕과 구성원 각자의 능력 개발을 위해 섬세히 살피는 정말 유능한 리더를 경험했다.
나는 사실 회사에 충성하거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가 내게 진심을 다한다면 나 역시 진심을 다하고, 상대가 진심이 아닌 권력을 휘두르려 한다면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 어떤 의미에서 사회성 결여라고 할 수 있다.
한 사업장의 장이었던 어떤 사람의 이야기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는.
“이번에 이런 이런 기사를 기획했는데 취재원 접촉 도중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까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알아서 하는 거야. 당신이!”
...
“이번 일은 이런 이런 절차를 통해 진행했으며, 이렇게 완료가 됐습니다. 추후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 진행해!!!”
“이런 이런 문제가 결국 발생했습니다. 어떻게 처리할까요?”
“당신이 책임져야지, 그걸 왜 나한테 묻나!”
...
“아이고 의원님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김기자 뭐하나? 가방 들어.”
...
“가방 들어.”
“가방 들어.”
그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들은 유일한 지시는 가방을 들라는 소리였다.
그는 그저 소리만 지르고 업무 지시는 전혀 할 줄 모르며, 어떤 사달이 생기면 모든 탓을 내게 돌리는 그런 사람이었다. 물론 어떤 일이 잘되면 그 공은 무조건 자기가 잘나서 세운 공이었다. 심지어 그는 ‘가방 들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더불어 자기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개개 능력과 상관없이 글을 쓰는 내게 디자인 업무를 지시하고, 디자인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글쓰기를 지시했다. 이유는 항상 그럴싸했다.
“이것도 못 해? 이 정도는 해야지.”
반면, 또 다른 리더는 참 리더였다. 업무의 큰 갈래는 정해주되, 세세한 부분은 스스로 결정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능동성을 부여해줬다. 또 누가 뭘 잘하는지 자세히 지켜보다 그에 맞는 업무를 지시했다.
업무 능력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보상도 주어졌다. 체계의 특수성상 돈으로 보상하지 못하는 부분을 유급 휴가로 보상했다.
또 자기보다 한참 어린 나와의 대화를 꺼리지 않는다. 자신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럼없이 물어오기도 한다. 꼰대는 늙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도태돼서 되는 것이라는 걸 그가 증명해줬다.
이 사회에서 꼰대라 불리는 이들은 왕놀음을 흉내 내는 자들이 아닐까. 본인들의 직위는 그에 맞는 경험과 책임에 대해 부여하는 것인데 그것을 높낮이라 착각하고 동료들을 부하라 생각하는 수직적 사고에서 비롯된 착각이 아닐까 싶다.
그런 자들이 많은 직장에는 유연한 사고와 창의력을 뿜뿜하는 직원들이 오래 버틸 수가 없다. 그런데 주제를 모르는 꼰대뽕에 취한 자들은 사회에서 그럴싸하게 말한 탓인지 창의력 뿜뿜, 리더십 충만, 유연하고 능동적 사고를 하는 우리를 탐낸다.
설사, 이직을 위해 몇 년은 버틴다 하더라도, 그런 인재들이 뽕에 취한 당신과 영원히 함께해줄 것이란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얼마 전 헛웃음 나오는 기사를 봤다. 사업장 10곳 중 3곳은 직원을 충원하지 못했단 기사였다. 그 밑에 댓글은 으레 ‘요즘 것들은...’, ‘이래 놓고 취업이 힘들다고?’ 등등 고나리질의 향연이었다.
한 가지 그들이 간과한 건, 그런 회사들은 육체적 노동과 3교대를 요구하며 최저를 주고 그마저도 수습 때는 90%만 준다는 곳들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수습 90% 지급은 사실 교육의 목적이 들어있기 때문인데 너도나도 인턴과 직업 훈련 등 경험을 보고 뽑으며 입사와 동시에 실무에 투입시키면서 그래도 미숙하니 90%만 준다는 어불성설을 뻔뻔스러운 얼굴로 내뱉는다.
서울 월세는 40만 원 이하를 찾기가 힘들고, 한 끼 밥값은 8000원 미만을 찾기가 어려우며, 관리비가 뭐다 거기에 발목에 달려 있는 학자금 대출비까지 내는 우리에게 최저라도 감사히 받으라니.
열정이 없는 건 우리가 아니라 젊은 인재에게 투자할 열정이 없는 ‘싸장님’들이 아닐까.
△더워도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은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