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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정 Dec 19. 2023

글쓰기 싫을 땐 어떻게 하나요?

멈추면서도 꾸준한 사람이 되는 법

"작가님은 글을 꾸준히 쓰시잖아요. 혹시 작가님도 글 쓰기 싫을 때가 있나요? 글쓰기 싫을 땐 어떻게 해요?"


북토크가 끝나고 이어진 Q&A 시간이었다. 이런저런 질문 끝에 누군가 물었다. 자주 받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나는 새삼스레 놀란다. '정말 그렇게 보인다고?' 요즘 SNS에는 꾸준히 글 쓰는 사람이 많다. 3년 동안, 5년 동안, 1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한 달 이상 매일 쓰는 게 어려워 네이버 인플루언서도 포기한 사람이다. 나 같은 사람에게 '꾸준히'라는 말이 어울릴까?


사전은 '꾸준히'를 이렇게 정의한다.

- 꾸준히: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는 태도로.

좀 더 정확히 이해하고 싶어 '한결같이'의 뜻도 찾아본다. 

- 한결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꼭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라.. 처음과 끝을 어디로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나는 꾸준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다 싶다. 나는 내가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을 '시작'으로, 지금은 알 수도 없는 언젠가를 '끝'으로 여긴다. 중간중간 멈추는 시간이 있더라도 결국 다시 시작해 이어 붙인다면, 긴 시간의 끝에서는 꾸준함이 보이지 않을까? 


다시 Q&A의 현장으로 돌아가 보자. 저 질문에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 


"안 써요."  


글을 쉽고 즐겁게 쓰는 것 같아 보이는지, 글 쓰기 싫을 때가 있기는 한 지 묻는 사람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글 쓰기 싫은 날들이 있다. 그럴 땐 쓰지 않는다. 내가 자유로운 글쓰기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의뢰받은 글보다는, SNS에 (특히 브런치나 블로그에) 쓰는 글이 더 많다. 계속 써야만 누가 시켜서 쓰는 글도 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꾸준히 쓴다.


그런 글이라서, 쓰기 싫을 때가 있다. 누가 시켜서 쓰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쓰지 않아도 되는 글이기도 하니까. 멈춰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써도 별다른 보상이 없다. 오랜 노력의 끝에 무언가 올 거라고 어렴풋이 믿을 뿐이다. 그럴 때, 나는 멈춘다. 


어떻게 멈출 수 있냐고 묻는다면,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나는 나를 안다. 목표가 있다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글을 쓰겠다는 목표를 내가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안다. 그러니, 쓰지 않는 날이 계속되면 슬금슬금 마음이 불안 해질 테고, 어느 날 자의로 다시 쓰기 시작할 거다. 그런 경험을 거듭하면서 '꾸준함의 아이콘'이 되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뭉텅뭉텅 비어있는 시간들이 긴 라인 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가끔 쉬어가도 괜찮다.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라면 말이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너무너무 쓰기 싫다면 너어어무 노력하지 말라고. 글이란 마음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다. 쓰기 싫은 마음으로는 진솔하고 명쾌한 글을 쓸 수 없다. 눈 딱 감고 완전히 쉬어보자. 아무래도 써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더 좋은 글이 나온다.


매일 쓰기의 장점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할 수만 있다면 매일 쓰면 좋겠지만, 그게 힘든 사람도 있게 마련. 그런 이들에게 나는, '계속해서 새로운 계획 세우기'를 권한다. 나의 쉼이 끝이 되지 않는 건 바로 그 계획 덕분이다.


'오늘부터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쓰겠어.'

'앞으로 1년 동안 매일 글을 써야지.'


이런 결심을 해 본 적은 없다. 대신 나는 이런 결심을 한다.


'오늘부터 10주간 매주 1개씩 글을 써야지.'

'오늘부터 10일 간 매일 한 편의 글을 쓰자.'


차이가 뭔지 보이는가? 결심의 단위가 작다. '평생'은 물론 '1년'도 길다. 나의 결심은 '열흘' 혹은 '10개' 정도다. 가끔 큰 마음을 먹을 때도 있긴 하다. 내 기억에 가장 긴 기간은 '한 달'이었고, 가장 많은 글 개수는 '40개'였다. 두 번 다 특별한 목표가 있을 때였다. '한 달'은 블로그 인플루언서에 도전한 시기. 적어도 한 달은 매일 써봐야 한다기에 시도했다. '40개'를 쓴 건 첫 책을 썼을 때다. 책 한 권을 채우려면 적어도 40개는 있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대신 기간을 20일로 잡았다. 딱 20일만 눈 딱 감고 매달려 보자 생각하며 시도했다. 끝이 보이기에 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꾸준해서 대단해 보인다고 말하는 나'는 사실, 매일 쓰는 꾸준함은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사람이다. 다만 끝을 내지 않는다. 계속 새로운 시작을 한다. 작심삼일도 열 번 하면 한 달이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내 한계를 아는 사람이다.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기간, 힘들더라도 어떻게든 끌고 나가 볼 수 있는 양을 안다. 그리고 딱 그만큼의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고, 다시 쉬고, 또다시 시작한다. 그렇게 나는 꾸준함의 아이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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