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방암 수술 전 기록
2024년 12월 3일 밤 11시.
44년 만의 비상계엄령으로 대한민국이 대혼돈에 빠졌던 시각이다. 다음날 새벽 비상계엄령은 해제되어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후폭풍은 어김없이 몰려왔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비상계엄령‘ 유경험자가 된 그날 2024년 12월 4일, 나는 또 다른 경험자가 되고 말았다.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시작으로 ’암‘이라는 말을 뒤로 미루며 여러 설명을 하는 유방외과 선생님의 섬세하고 안심 어린 말이 내겐 그저 배경이 될 뿐이었다.
“빨리 수술할 수 있는 곳이요. 가까우면 좋겠어요. “
유방외과 선생님의 추천으로 빠르게 권역 모대학교병원 암병원으로 예약하고, 암병원으로 가기 전 준비서류를 받았다. 서류봉투 너머로 겨울이 와있었다.
내 소식을 건너서 듣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가족, 그리고 친구들이다. 연락을 꾸준히 자주 하는 성향이 아니라 친구는 몇 안되지만 그래도 자주 연락하게 되는 내 사람에게는 이 사실을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내가 직접말이다.
내 입으로 “나 암이야”라고 말해야 한다.
그 소리는 다시 내 귀로 들어와 내게 말해주기에 상대에겐 한 번 말하지만 스스로에겐 여러 번이 되고 만다.
용기가 필요한 말하기다.
당신의 귀에 들어갔을 때 나를 불쌍히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무심히 넘어가는 건 또 서럽다.
며칠째 두통이 가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