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방암 수술 전 기록
기분 탓이겠지만 로컬병원 유방외과선생님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초음파 화면을 보며 총생검 실시 후 2주도 안되었는데 종양덩어리가 제법 커진 것처럼 느껴지고, 가슴과 겨드랑이가 욱신거려 제법 신경이 쓰인다.
내일은 전신 뼈 검사와 CT촬영이 예약되어 휴가를 썼다. 부디 전이되지 않았기를… 내일 검사 대기시간에 읽을 책을 고르고 환자시기로 있을 때 필요할 것 같아 맞춘 안경을 찾았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그레고리우스의 마음이 이랬을까? 새 안경의 생경함은 새로운 세계로의 입성을 확인시켜 주는 초대장 같다.
죽음은 삶을 반영한다 했던가?
내 방에 들어온 용기있는 환자들에게 삶의 기쁨과 안도감에 대해 묻고 확인해야 했던 어제와 달리 굵은 링거바늘을 앞에 두고 내게 묻는다.
혼자만의 물음은 때론 엉뚱한 굴을 팔 수 있어 대기시간이 긴 검사일정을 대비해 책을 골랐다.
참 잘한 일이다.
처음 경험하는 뼈 스캔, CT 검사.
암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되는 검사이다.
꼭 맞는 통에 누워 꼼짝 않기.
1,20분 밖에라고 말하지만 체감상 시간은 길다.
3, 4시간을 나와 마주앉아 종합심리검사에 임하는 환자들이 새삼 존경스럽다.
암세포로 나는 얼어붙고 있는데 그로 인해 내 영혼은 주변의 작은 것에도 마음을 일렁이며 살아 있음을 느낀다.
유방암환자는 세트로(호르몬 영향이라 한다) 산부인과 관리도 한다고 하여 협진으로 진료를 받았다. 올해 건강검진에서 ‘빈혈’이 나와 철분제를 복용하며 원인을 찾기 위해 내 몸 이곳저곳을 확인했는데 적극적으로 대처한 나에게 칭찬을 해본다. 치과진료를 비롯하여 위내시경 그리고 그간 십 년 넘게 미루고 미루었던 자궁암검사까지!
모두 정상이었기에 ‘유방암’ 진단이 더 놀랍기는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여러 확인 과정에 정상이라 했으니 빈혈의 원인은 어딘가 다른 곳에 내 일꾼(혈액)이 새고 있다는 말인데, 대장내시경을 해봐야 하던 찰나이긴 했으니 더 놀랄 것도 없지 않은가?!
산부인과 교수님은 생리량이 많아 불편감을 지닌 내게 지혈제를 처방해 주시며 암수술과 치료를 하게 되면 생리는 당분간 안 하게 될 수 있어서 이 약은 두고 있다 필요한 상황이 되면 복용법대로 먹으라 하신다.
그렇구나. 내 몸은 ‘암환자’ 라벨을 받은 것과 상관없이 루틴을 지키고 있었는데 ‘치료’가 들어가면 그 루틴도 깨버리는 것이구나.
수술 후 관리를 위해 치렁한 머리를 잘랐다.
약간은 즉흥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