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방암 수술 전 기록
“검사 특성상 여러 가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릴 겁니다. 귀마개를 해드릴 텐데 그래도 들릴 거예요. 혹시 좋아하는 음악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틀어드릴게요.”
난생처음 mri검사에서 시끄러운 검사 소리 너머로 어렴풋하게 내 어릴 적 정신적 지주였던, ‘신해철’의 목소리가 나만을 위한 응원가로 흘러나왔다. 꼼짝할 수 없는 불편한 검사에 이 무슨 호사란 말인가!
여러 곡이 흐른 뒤 검사는 종료되었다.
유방 mri는 드라마에서 봤던 모습인 천장을 보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게 아니다. 통모양에 맞게 엎드린 채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약 30분을 꼼짝 않고 있어야 한다. 위치를 조절하고 여러 가지 소리가 들리고 머리에 기분 나쁜 감각이 느껴지지만 참는다.
처음이니까.
호기심 어린 자세로 대하기로 마음먹어 본다.
불편감이 조금은 낮아질 테니까.
조영제가 들어가자 약간 어지럽다. 검사소리에 묻혀 노래를 틀고 있는 게 맞는지 궁금한 헤드폰 속 그의 목소리에 집중해 본다. 그를 우상으로 삼았던 그때의 나는 긍정적인 호기심이 가득한 소녀였지.
Mri, Muga scan심장기능검사까지 마쳤다. 조영제 탓인지 청각자극 때문인지 머리가 무겁게 지끈하고 약간 어지러웠지만 오늘은 반차를 사용했기에 다시 총총총 출근!
무사히 출근해서 내 환자들에게 외래검사들을 시행했다.
순식간에 환자에서 종사자로 전환.
오전에는 환자복, 오후엔 치료사복장을 입으니 참나원! 이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싶다.
저녁이 되니 혓바늘이 두 군데 솟아있다.
힘들었구나 내 몸.
고생이 많다. 정말.
내친김에 수술 전에 해야 할 것들은 주말을 이용해 실행에 옮겼다.
1. 두발정리
오랜만에 어깨너머로 곱게 길렀는데 귀밑 3cm 단발로 잘랐다. 수술 후 팔 사용이 원활하지 못할 거 같아 긴 머리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생각되었다. 하긴 일하며 치렁한 머리길이가 부담되어 잘라야지 하던 찰나이기도 했다. 원래 쑥쑥 잘 자라는 머리라 숏컷도 큰 부담 없이 실행하기도 했던 나인데 평소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아니 오히려 속 시원했을 단발령은 의미가 부여되어 그런지 가위가 지날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툭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어깨너머 긴 머리는 당분간 안녕.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항암치료를 하게 되면, 숭덩숭덩 빠질 거 생각하니…아! 아찔하다.
제발, 수술 후 방사선치료만 하게 해 주세요.
2. 눈썹정리
20년 전 한번 시도해 본 반영구눈썹으로 연속되는 고통을 참기 어려워하는 나를 알게 되었다. 내겐 어려운 고통 참기보다 풍성한 털을 다듬는 불편함을 자연스러움이라 우기며 지내왔는데 항암치료 들어가면 모든 털이 빠진다 하니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반영구시술을 받아본다.
제발, 수술 후 방사선치료만 하게 해 주세요.
사장님께 내 사정을 얘기하니 무척 꼼꼼하게 신경 써주셨다. 하지만 내 몸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어 지속된 고통이 느껴지자 여전히 아파서 눈물이 또르르.
이런 내가 항암치료는 어떻게 받나 털컥 두려움이 들었다.
제발, 수술 후 방사선치료만 하게 해 주세요.
열흘 남짓 남은 수술. 그전 눈썹각질은 탈락될 거 같고, 수술 후 항암일정 나오기 전에 리터치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겠지?
아직은 세상물정 아니 암치료 실정을 몰라 그런지 그냥 나 자체가 긍정적이어서 그런지 하나하나 퀘스트를 깨는 게임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짱구눈썹으로 일주일 보내면 수술장 앞이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