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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수술 허락받기 힘든 산 넘어 산.

1. 유방암 수술 전 기록

by Psyber Koo Feb 07. 2025

“어? 최근에 크게 앓았거나 폐렴 같은 거에 걸린 적 있어요?”


수술 전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초음파검사에서 암이 있는 쪽 겨드랑이를 보시다가 분주해진 교수님.

외래에서는 검사자료들을 보며 전이가 없어 부분절제술로 진행하고 이후 치료계획을 세우자고, 예정대로 입원하면 되겠다 했는데…


암이 있는 쪽 겨드랑이에 초음파를 확인하다 ‘어?!’하는 외마디 낮은 비명과 쏟아지는 낯선 질문에 난 어리둥절해진다. 상의를 탈의한 채 팔을 머리까지 올려 어정쩡하게 누워있는 나를 두고 교수님은 급한 발걸음으로 방에 다시 들어가서 (아마도 검사 자료들을) 확인하고 다시 내게 돌아와 양쪽 가슴 구석구석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로 초음파검사를 하며 몇 가지 설명을 하다 후다닥 나가 외래 간호사에게 오더를 하니 간호사가 뭔가를 들고 분주하게 초음파실로 들어왔다.


“여기 이렇게 사이즈 큰 게 2개가 보이는데 이건 검사를 해야 해요. 병리과에 지급으로 확인해 달라고 할게요.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데 일요일 입원이시니까… 혹 월요일 오전에 못한다는 연락을 받으면 돌아가셔야 할 수도 있어요. 나와도 걱정 안 나와도 걱정이네요. 조금 아픕니다. “


나와도 걱정 안 나와도 걱정이라니 왜죠?


옵세시브하게 말꼬리를 무는 내게 말을 아끼는 교수님은 익숙하고 숙련된 솜씨의 조직검사를 시행하였고,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 와중에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일련의 모습을 통해 내 가슴 집도를 맡겨도 되겠다는 신뢰감을 얻었다.


불안정감이 느껴지는 멘트와는 달리 옷을 추슬러 입은 내게 얹은 교수님의 토닥임에는 따스한 힘이 담겨있었다.


하아. 이런… 또 다른 문이 있었다니…

황현산 선생님의 말씀처럼,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하고 되뇌어본다.




그렇게 수술 전 외래 초음파에서 임파선 조직검사를 두 개나 시행했고, 마음은 몇 배로 심란해졌다. 설명간호사실에 들러 입원 관련 사항을 들어야 하는지 물었더니 외래 간호사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별거 아닌 이 말에도 민감해진다.

치료진의 입장에서는 입원, 즉 수술이 지금은 어려울 수 있다는 51%의 확신인가?


환자들로 가득 찼던 암병원 외래 대기실은 점심시간으로 한산해졌는데, 내 짜증은 이곳을 가득 채울 기세로 치밀어 오른다.

잠깐 멈춰 생각해 보니 지금 내 감정의 핵심은 계획한 대로 시행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거 같았다.


1. 수술-(건너뛰고 픈)항암치료- 방사선치료-호르몬치료

2. 항암치료-수술-항암치료-방사선치료-호르몬치료


이 두 가지의 기로인 것인가?

내일모레가 입원인 이 시점에!!!

기로에 서 있다니??!


하아. 이럴 때가 아니지.

일단 먹자!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연결될 거야!

지금은 그다지 소용없는 감정에 매몰되지 않기로 하고 미리 찾아둔 근처 맛집으로 향한다.


점심을 먹고 집에 오니 힐링치트키가 위로해 준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생각지 못한 조직검사를 해서 그런지 피로감이 쏟아졌고, 전날의 수면 부족까지 더해져 비몽사몽해지며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이 모든 것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악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때 마침 오후 햇살은 빛났고 손끝에는 보드라운 털을 지닌 고양이가 있어 불편했던 마음들이 조금 더 가라앉는 것 같았다.


늦은 오후 외래 간호사에게 결과와 수술가능 전화를 받고 기쁜 마음으로 엄마에게 암밍아웃을 했다. 전화기 너머의 엄마는 눈물바다였지만 나는 수술할 수 있다는, 아니 내 계획대로 일정을 맞출 수 있다는 안정감에 기쁘기만 했다.

그리하여 너무도 황당하고 어이없던 ‘암 수술’이, 감사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렇게나 난 참 간사한 인간이다.

그간 그리도 무거웠던 ‘수술가능’이 이렇게 기쁠 일인가!

당연히 이 글을 못 보시겠지만, 빠르게 검사 진행해 준 병원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자, 이제 예매해 둔 송년음악회 보러 가자!

한 달 전, 1년간 고생한 나를 위해 예매해 둔 공연으로 힐링해야지!

이 공연을 예매할 때의 나는 이런 상황이 올지 전혀 몰랐다. 정말 한 치 앞도 몰랐지만, 잘했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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