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교장선생님과 첫째 아이 캠핑과 관련된 일은 이메일로 주고받았어요. 5일(월-금)이나 캠핑하니 중간에 데려다주려 했지요. 한국에서도 선생님 핸드폰 전화번호를 직접 주시지 않고 티쳐콜 전화나 클래스팅 채팅을 활용하니 그려려니 이해하면서도 이메일로 소통하는 것이 그리고 시원하게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한국인인 저에게 매우 답답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메일 답변이 상당히 빨라서 놀랐어요. 그리고 매우 단호하게 48시간 지나고 오라는 매뉴얼까지 확실히 전달받고 수요일 아침 기차표를 샀어요.
첫째와 같이 아침 일찍 샌드위치와 빵을 사고 기차에 올랐어요. 캠핑장은 스위스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로 산골짝에 있잖아요! 기차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마지막으로 케이블카까지 산 정상 가까이 올랐어요. 그 이후에는 20분 등산이라고 구글 지도가 친절하게 알려주네요. 한국도 그렇고 스위스도 구글 지도 하나면 저와 같은 길치도 길 찾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에요.
어젯밤 교장선생님은 저에게 가는 길을 아냐며 이메일을 보내오셨어요. 월요일에 집에 돌려보낼 때는 그렇게 서운하더니 살뜰하게 챙겨주셔서 얼었던 마음이 녹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자기 전에 이메일로 답장을 보냈어요. 기차를 타는 시각과 세 번 갈아타고 케이블카 타고 정상 가까이 올라 마지막에 20분은 걸어가겠다고 계획을 알렸죠. 아이들과 함께 첫째가 같이 점심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요.
별 기대 없이 케이블카에서 내리는데 선생님 2분이 서 계셨어요. 좀 더 늦으면 전화하려고 하셨다는데 첫째와 저를 반갑게 맞아 주셔서 얼음같이 차갑고 서운한 마음은 녹아 사라지고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완전히 바뀌었어요.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간사해요)
선생님들께서 같이 점심 먹겠냐고 하시지만 눈치 없이 낄 엄마가 아니죠.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첫째와 걸어가시는 선생님을 한동안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저도 기차 가격(10만원 정도)이 아까워서 산책을 나섰답니다. 위에 있는 사진이 바로 산책하며 찍은 사진이에요. 어디 가나 이곳은 엽서와 사진 속에 제가 들어온 느낌이에요. 첫째 덕분에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이 엄마도 깊은 산속에서 산책도 하고 기분 전환하고 돌아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