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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잠시 정지해두고.

하늘이 정말 파랗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어 창밖을 보니

하늘이 정말 파랗더군요.


한참을 지그시 창밖 파란 하늘을 바라봤어요.

그런데 웬일인지 가슴이 울컥하며

눈물이 났습니다.


한동안 눈물이 뭔지도 모를 정도로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렇게 자꾸만 자꾸만

예고 없이 눈물이 터져 나옵니다.


강물이 정처 없이 흘러가듯

삶을 흘려보내다가

어느 날 문득 시간을 정지해두고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거지?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 찾아오곤 합니다.


우연한 기회로 고전 독서 토론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삶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나눴어요.

삶을 연극에 비유해보기도 하고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해 사유도 해보고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이를 계기로 생각이란 걸 좀 더 하게 되면서

음성 플랫폼에서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꿈…

꿈을 꿈.

꿈은 명사형이 아닌 동사형으로.

직업적인 꿈처럼 명사형이 아닌

어떻게 살겠다는 식의 동사형의 꿈을 꾸어야 한다고.


아주 오래전 취업 면접에서

면접관이 제게 물었습니다.

꿈이 뭐냐고.


저는 대답 대신 눈물을 흘렸고

돌아오는 내내 울었습니다.

참으로 찌질한 기억입니다만,

다른 기억들이 시간과 함께 사라지고 있을 때

이 기억은 오래도록 저와 함께 살아 있습니다.




꿈이 뭔지 누군가 제게 다시 물어왔습니다.


뭐라 뭐라 둘러대긴 했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나갔음에도

아직도 명확하게 꿈을 이야기할 수 없음에

또 한 번 놀랍니다.


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온 걸까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제 꿈이 무엇인지.


역으로도 한번 생각해봅니다.

삶이 나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에 대해서.

내가 한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지만,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지금의 나로 이끈 건 아닌지.

그것이 나의 자유의지였는지,

누군가의 뜻대로 내가 움직인 건지.

만약 후자라면 내게 무엇을 원하는 건지.


뒤죽박죽 생각들이 오갑니다.


하늘이 이토록 맑고 푸른데

유튜브에선 빗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면밀히 말하면 폭우 소리입니다.

그 폭우에 휘말려야 가끔은 글이 나오곤 하거든요.


드라마 [인간실격]은

눈물의 폭우 속으로 저를 밀어 넣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며,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할 것 같다며,

오열하는 주인공.


저도 오열했습니다.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면

인간으로서 실격인 걸까요.

어떤 꿈도 꾸지 않는다면

인간으로서 실격인 걸까요.


인간의 삶은 제가 선택해서, 원해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멋모르고 세상에 나와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슬픔과 기쁨이 삶을 오갔지만

그것이 왜 왔는지 어떻게 왔는지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왜 왔는지 어떻게 왔는지

알 수도 없었고, 이해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 알 수 없음.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그 누구도 알려줄 수 없는 이 알 수 없음은.

인생 전체를 메우고 있습니다.


죽으면 알 수 있을까요?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요.

육체적인 삶은 죽으면 끝낼 수 있지만,

만약 죽었을 때,

모든 게 끝이 아니라

영으로서 존재하게 된다면.

끝내고 싶어도 끝낼 수 없게 된다면,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는 말을

그제야 실감하게 된다면.

그땐 정말 어쩌죠.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그땐 꿈이 없어도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요.







오열이 멈추고 하늘은 여전히 푸르지만

폭우는 잠시 소강상태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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