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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다는 것

한 입 깨어물은 사과.

이 로고는 특별함의 상징과도 같다.

남다른 특별함을 가질 수만 있다면

나도 그 사과 한 입 깨어물고 싶다.


신입 새내기들이 화장실에 삼삼오오 모여

까르르, 까르르~ 나도 한번 끼어보려 하니

느닷없는 질문이 훅하고 들어왔다.

[선생님, 서울대 나오셨다면서요~]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나는 그냥 일반인이에요.]

누가 그런 유언비어를 퍼뜨린 걸까…

당황하는 눈동자들을 뒤로한 채 화장실을 나서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일반인이라…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그냥 일반인.

남들이 말하는 특별함이 1도 없는 너무도 평범한,

때론 평범 이하일 수도 있는 그냥 일반인.


브런치에서 2019년부터 글을 써오고 있다.

브런치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땐

범접할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었다.

작가나 기자 같은 특별한 사람들의 공간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두 번의 시도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특별한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끄러워하며

매번 글쓰기를 주저한다.


병원 고객 센터에서 일하면서 매일매일을

내가 일반인임을 확인받는다.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그냥 일반인.

그들에게서 전문적인 정보들을 전달받을 때면

한없이 작아진 나는 의자 발끝에 걸려있곤 한다.


특별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일반인이라는 이방인이 된다.


[카카오 음]

처음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삶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

그러나 그곳도 특별한 사람들로 가득 찬 곳이었다.

일반인 여럿이 들어와 듣는 것보다

특별한 사람 한 명이 방에 참여하는 것에

모더레이터들은 환호한다.

일순간 심혈을 기울여 방에 참여한 내 시간들이

무시당한 느낌에 또다시 한없이 작아져

소멸 직전까지 우울의 늪에 빠져 버린다.


가끔은 책을 읽으며 작가들의 특별함에 반하고

그 특별함에 취하곤 한다.

생각하는 능력, 글로 표현하는 능력.

반은 질투의 감정으로,

나머지 반은 경외의 감정으로

그들의 특별함에 빠져든다.

독서토론이나 생각하는 글쓰기 같은 모임에서도

참가자들의 특별함이 엿보인다.

처음엔 직업이나 나이 같은 정보들을 숨기지만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특별함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다.

아… 나만 또 일반인이구나.

나만 또 평범한 사람이었구나.

특별하지 못함을 또다시 확인한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예민함.

선천적인 우울함과 자격지심에서

굳게 자리 잡은 하나의 신념이

여러 상황들과 생각들을 엮어

스스로를 일반인이라 부르며 일종의 자책으로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특별한 사람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

앞으로도 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


인플루언서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깨작깨작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겠다고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작아지는 마음들.

그런 마음들을 떨쳐버리려 해도

자꾸만 비집고 들어오는 우울한 생각들.


너무 편향적인 세상만을 보고 있는 걸까?

결국엔 나의 편협한 선입견이

나 자신을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에 들었던 생각을 끄적여본다.


세상이라는 연극 속에서 결코 주연은
맡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세상 속에서 영원한 조연일지라도,
나의 인생에서의 주연은 바로 나인 것을.
영원한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래. 그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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