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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걸음은 어딜 향해…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집으로 향한 발걸음은

월요일 아침이 돼서야 밖으로 향합니다.


말 그대로 주말 내내 방콕만 하다가

출근하기 위해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거죠.

그럴 때면 내딛는 발걸음에서 묘하게도

세상에 처음으로 내딛는 최초의 발걸음처럼

생그러움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이제 세상을 박차고 나온 신생아처럼.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기는 거죠.


그럴 때면 <>란 하나의 존재가

세상의 불투명한 시작점, 바로 그 정면에

오롯이 서 있음을 느낍니다.


그 느낌은 뭐랄까…


아침의 신선한 공기를 폐 깊숙이

말아 넣었을 때 심장이 터질듯한 벅참과,

거대한 세상 앞에 선 나약하고 작은 생명체의

극한 외로움이 공존하는 느낌이랄까요.


무슨 깡으로 그 거대하고 낯선 세상 속으로

<>란 나약한 생명체가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을까? 되돌아보니 아득합니다.

앞을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그 무수한 아침의 발걸음들이 모여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세월이 흘러도 결코 익숙해지지도

담대해지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그 발걸음들이 매번 마냥 낯설기만 합니다.

처음인 것처럼.


그리고 자꾸만 금요일 저녁처럼

집으로 침잠해 들어가고만 싶습니다.

매일이 금요일 저녁이기를 바랍니다.

세상의 어두운 무게에 짓눌려

끈적한 타르라도 붙은 듯

무거워진 발걸음을 뒤로 한채

작은 나만의 방으로 고요해질 수 있는

유일한 자유가 허락되는

금요일 저녁이기를 바라는 겁니다.


저처럼 음울한 사람에게

다행히도 밝은 햇살 같은 누군가 있어

자꾸만 자꾸만 희망찬 손짓으로

세상 속으로 저를 불러냅니다.


자꾸만 자꾸만 겁을 먹고

세상 밖으로 뒷걸음치는 <>란

어두운 존재에게 희망을 노래합니다.

거대한 세상 앞에선 누구나 나약함에도

어떻게 된 일인지 그 밝고 희망찬 기운이

저에게까지 스며듭니다.


지금 이렇게 살아있고

살아있는 한은 세상 속으로 힘차게

걸어 들어가야 한다고요.

이 세상 끝나는 그날까지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요.

그렇게 매일이 태초의 발걸음 같을지라도

멈추지 말라고요.


하지만 압니다.

그 따사로운 빛이 제 안의 어두움을

온전히 몰아내지는 못한다는 사실을요.

이따금씩 그 어두움은 세상에 섞일 수 없는

이방인적 공간을 만들어낼 것이고,

<>란 존재는 그 속에서

작아지다 못해 물거품이 되어

그 얇은 가상의 벽이 <>하고 터져

존재해도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세상 속에서 소멸될 거란 사실을요.


알면서도 내딛습니다.

세상 속으로 향한 발걸음을요.

살아있는 한은 숙명처럼 말입니다.




치유의 글쓰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브런치의 글쓰기를 열고

제목을 적어 넣었을 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한참을 글을 쓰지 못했어요.


왜 눈물이 나는지 그 감정들을

조금씩 들여다보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쓰다 보니 어느새 눈물은 말라 있더군요.


누군가가 읽기엔 한 개인의 지나친

감정의 배설이라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글로 그 감정들을 풀어쓰다 보니

제 안의 슬픔에 대해 저 스스로

공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공감. 어쩌면 이것이

치유의 글쓰기의 시작이 아닐까요.


작가가 되기 위한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치유의 글쓰기는

수많은 <>가 세상 속으로 내딛는 발걸음에

용기 한 스푼을 얹어줄 의미 있는 글쓰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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