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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

어떤 느낌들은 잠이다.

마치 안개처럼

우리 정신의 지평선에 자욱하게 퍼지며

우리의 사고를 방해하고,

행동을 방해하고,

우리가 명확하게 존재하는 것을 방해한다.


의지는 쓰레기통과 같다.

누군가 정원으로 가다가 무심코

발로 건드리는 바람에 다 쏟아져버리고 만다.


우리는 시선을 준다.

하지만 보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가 들어가야 할 문을

의식적으로 지나쳐 간다.

우리는 잠자는 것처럼 걷는다.

우리 몸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가 없다.

우리는 모든 것을 지나쳐 간다.


영혼이 코감기에 걸린 것 같다.

인생이 앞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회복되는 시간이었으면 하는 소망이 생긴다.


-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중에서 -


안개가 자욱한 삶에서
그 어떤 것도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불안을 조장하고 정신을 흐리게 만든다.
멀리 반쯤 열린 문이 보이는 듯도 하지만
그것은 몽상일 뿐, 지나쳐 갈 뿐.
누군가의 의식 없는 말과 행동에
쏟아져버리는 나의 의지와 함께
지나쳐 갈 뿐.

지금 나의 영혼은 맹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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