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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가사리 Oct 28. 2022

초록 바나나의 발견

도미니카 공화국 | 플라타노 튀김

1492년 콜럼버스가 발견한 최초의 신대륙으로 알려진 나라, 도미니카 공화국은 아이티와 같은 섬에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열리는 국경엔 시장이 열리는데, 아이티 주민들은 그곳에서 생필품 등을 판다. 카리브해를 감싸고 있지만 인공위성에서 찍은 두 나라의 사진을 보면 극심하게 대립된다. 초록색이 가득한 도미니카 공화국에 비하여, 아이티는 황무지의 땅이다. 대지진, 허리케인, 콜레라 등으로 최빈국 중 하나가 된 아이티인들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국경을 넘었다. 불법체류와 이민자로 살아가는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밧데이라 불리는 집단농장이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주식 중 하나인 <플라타노> 농장을 방문했다. 


"바나나가 초록색이네요?"

"아, 이건 바나나가 아니고 플라타노라고 불러요." 


생김새는 바나나와 똑같았다. 색이 초록색이었을 뿐, 이제껏 시장이나 거리의 플라타노를 보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노랗게 익어가는 걸까, 추측만 했을 뿐이었다. 과일 바나나처럼 껍질을 벗겨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감자나 옥수수처럼 조리를 해야만 한다는 걸 농장에 도착해서야 깨달았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만난 플라타노 튀김 


거대한 나뭇잎이 우거진 농장 안에서, 사람들은 플라타노 수확이 한창이었다. 잎사귀가 만든 그늘이라도 날씨는 무척이나 무더웠다. 나무와 나무 사이 두꺼운 철로 만들어진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줄에는 꼬챙이들이 끼워져 있었는데, 줄기채 차른 여러 덩이의 플라타노 더미는 꼬챙이에 끼운 채 대롱대롱 매달렸다. 바나나를 수확하는 걸 본 적은 없지만, 이와 비슷한 풍경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플라타노 더미를 아이티에서 온 이가 어깨에 메어 가지고 왔다. 고향을 떠나 이곳에서 궂을 일을 하는 이들, 거리의 청소부도, 구두통을 매고 거리에서 손님을 찾던 10대 소년 제프리도 구두를 닦아 300원을 번다고 했다. 


<플라타노>는 감자, 고구마와 같은 구황작물 중 하나라고 했다. 저렴한 가격에 모든 가정에서 즐겨 먹고, 또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볼 수 있다. 빈부격차를 논하지 않는 식자재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제껏 달지 않은 바나나 튀김이라 생각하고, 감자 맛이 났던 플라타노 튀김이 다르게 보였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속까지 익도록 튀긴 후, 다시 꺼내어 납작하게 눌러서 다시 튀기는 플라타노 튀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달지도 쓰지도 않은 맛, 감자와는 다른 매력을 가졌다. 이제껏 알던 노란 바나나와는 다른 재료,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고향을 떠난 또 다른 이방인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종일 남은 날이었다. 


Dominican Republic _ 플라타노 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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