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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기 선생님 추천사

교육운동의 상징 자본

by 김현희

<교육운동의 상징 자본, 김현희>


교육의 진보적 변화를 꿈꿔왔던 한 세대가 저물고 있다. 그 세대는 어떤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을까. 그들이 상상했던 이상과 새로운 세대의 욕구가 상호 조응하지 못해 평행선을 달렸다는 것 말고, 그들이 만들어 낸 서사는 빈약했다. 화해와 연결을 모색할 사이도 없이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전교조는 늙어갔다. 여기에 더해 고착화한 정파는 관념 속에 박제됐다.


그런데 정년을 맞은 해에 나에게 도착한 '사건'은 다시 희망의 불씨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선거권도 투표권도 없는 자가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특정인에 대한 지지로 오해하지 마시길. 내 사고는 그 너머에 있다. 전교조 사무총장 후보로 나선 김현희 선생은 개인이 아닌 전교조 내 세대 간 문화의 '연결점'에 위치한다. 그래서 나에겐 특정 인물이 아닌 '상징'처럼 읽힌다.


모든 조직은 흥망성쇠의 길을 걷는다. 한 조직이 태동하고 성장하며 쇠락하는 것은 경험으로 보아 역사적 필연이다. 다만 성장과 갈등 사이에서 어떤 사건들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그 시간을 연장하거나 활성화할 수 있다. 내가 김현희의 등장을 하나의 사건으로 보는 것은 이 태동과 성장, 갈등과 쇠락의 연결 지점에서 그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김현희는 전교조의 선배 세대가 언어화하지 못했던 많은 말들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동시에 새로운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면서 그들의 관심사와 욕구를 담을 넉넉한 그릇이라는 인상을 준다.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라는 도발적 제목의 책을 만났을 때 난 주저 없이 '글 잘 쓰는 젊은 교사'가 나타났다고 공개적 찬사를 보냈다. 그분이 이제 중견교사가 되어 전교조의 살림을 맡겠다고 자처했다. 지금 그것이 영광보단 희생의 길이라는 모르지 않을 터. 그래서 더욱 믿음이 간다.


김현희의 말과 글, 행위는 기존 문법을 벗어난다. 관습적 운동 논리에 갖힌 분들은 불안해한다. 그러나 전교조에 새 바람을 불어넣는 일은 교과서 같은 질서와 규범으로는 어림도 없다. 전교조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비로소 '지속가능성'이란 말을 입에 올릴 수 있게 됐다. 이미 정년을 맞은 과거 조합원의 이 말이 얼마나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나는 알지 못한다.


교육자들, 전교조 페이스북분회 활동, 지회장, 지부장을 거치면서 김현희는 능력을 입증했다. 망실대회나 반목데이에서 보인 기획력과 추진력에 대해서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허당매력'까지 갖추었다. 그 허당매력으로 인해 김현희를 지지하는 사람들에 젊은 교사는 물론 퇴임교사까지 끼어든다. 전에는 없었던 특별한 현상이다.


이제 막 발령받은 신규 조합원에서 정년을 맞은 과거 조합원까지 소환하는 능력이 바로 김현희라는 인물의 특이점이다. 지금까지 그런 사람이 있었나. 새로운 실험 앞에 망설임은 필요 없다. 공약을 찾아 읽어보고 선수교체의 논리를 확인하라. 그것이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의 자세다.


2024.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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