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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ux Feb 02. 2024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안내사입니다

 마치 홍콩에 오기라도 한 듯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섬에 방사형으로 공항이 지어져 있다. 항공기에서 내린 외국인 관광객을 가장 먼저 맞이해주는 곳은 바로 인천국제공항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유수의 어느 공항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넓고, 쾌적하며, 다수의 외국인들이 입을 모아 칭송하듯 입국심사가 체계적이고 빠른 편이다. 한 번은 기내에서 말을 섞었던 어떤 외국인이, 저 멀리 무인 카운터에서 지문과 여권을 찍고 쏜살같이 통과하는 한국인을 보며 ‘저게 어떻게 가능한가’를 내게 물은 적이 있었다.


 예고 없이 질문을 받은 나는 정확히 어떠한 원인들이 그 상황을 가능케 했는지를 그에게 답해줄 수가 없었다. 그저, 발급될 때부터 여권에는 전자칩이 내장되어 있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지문이 모두 경찰청에 등록되어 있다. 따라서 별다른 사건 사고를 일으키지 않은 이상 만 18세 이상의 등록된 한국인은 누구나 신청하여 승인받기만 하면 자동출입국심사가 가능하다. 어린 아이를 동반하여 유인심사를 받더라도, 웬만하면 금방 통과한다. 세관도 그렇다. 금방 통과한다고 하여 반입금지 물품을 잘 숨겨 들어갈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그런 정도의 물품은 이미 비행기 착륙 직후부터 검색대에서 걸러져 물건 주인이 열 수도 없게 잠가놓는다. 대한민국은 이처럼 어떠한 면에서는 상당히 기술력이 높고 생활하기 편리한 나라이다. 또한 그런 나라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은 변화에 금세 적응하며, 성격이 급하다.


 공항에 도착한 시점부터 사방에서 한국어가 들려오고, 그 중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자주 들을 한국어는 ‘안녕’이란 단어가 들어간 인사말이다. 넉넉잡아 하루에 십여 번을 들을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언어마다 인사말의 의미가 다른 건 자못 흥미롭다. 영어의 기본 인사말은 Hello고, 일본어의 기본 인사말은 こんにちは인데, 사실 이런 말들은 딱히 해석할 만한 뜻도 없이 그냥 인사다. 중국어의 경우 인사말에 뜻이 있다. 你好를 직역하면 당신을 좋아한다는 뜻이 되는데, 어쩌면 이는 상대방을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겠다, 친밀하게 지내고 싶다, 이런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반면 한국어의 기본은 안녕하세요이다. 안녕(安寧)은 한국의 굴곡진 역사와 그에 따라 부평초처럼 흔들렸던 한국인의 삶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단어다. 나도, 당신도 아무 일 없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 언제 어느 때 눈물과 한의 세월을 겪을지 몰라 염려하는 마음. 한국인은 안정적인 삶을 위해 매 순간을 불안하게 살아가는 아이러니한 존재다.


 어쨌든 인천국제공항은 대한민국 여행을 시작하고 끝내는 중요한 장소이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철도나 리무진 등을 이용해 곧장 서울로 향하지만, 서울 말고 다른 곳으로 바로 놀러갈 수도 있다. 상기 기술했다시피 공항은 섬에 지어져 있으므로 섬 여행을 떠나기 좋은 장소 중 하나다. 공항철도 종점인 인천공항2터미널 역에서 버스를 타면 30분 만에 왕산해수욕장과 을왕리해수욕장에 갈 수 있다. 특히 을왕리에는 조개구이, 바지락칼국수 등 해산물 요리점이 즐비하고 밤에도 환하게 조명을 켜놓아 시끌벅적하다. 골프에 관심 있는 여행자는 해안과 내륙의 크고 작은 모래언덕 사이에 위치하였거나 인천대교와 서해가 바라다보이는 골프클럽을 방문할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라는 회사를 알고 있거나 그 회사의 자동차를 이용하는 여행자라면 고양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다녀올 수도 있겠다. 현대자동차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회사이며, 거기서 직영하는 모터스튜디오 역시 명실상부한 최대 규모의 자동차 테마파크이다. 자동차 생산 공정이나 작동 원리 학습은 물론, 다수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예술적인 전시품들을 구경할 수도 있다. 아, 예술이나 쇼핑에 관심이 있다면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들이 2,700여 점이나 즐비하다는 파라다이스 시티 아트갤러리, 카지노,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방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쿠사마 야요이, 'Great Gigantic Pumpkin'

 하지만 여러분의 안내사인 나는 이전 글에서 밝혔듯, ‘스토리텔링’ 안내사이다. 이 모든 여행 장소에는 스토리텔링이 빠져 있다. 따라서 스토리텔링이 있고,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가능하며, 인천국제공항에서 당장이라도 출발할 수 있는 투어를 소개하려고 한다. 다녀오는 데 5시간 가량 소요될 터이므로, 시간이 많지 않거나 환승투어를 하려는 여행자에게 제격인 투어다. 전 세계 어딜 가도 없을 그곳, 다름아닌 DMZ를 다녀오는 투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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