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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whale Apr 23. 2020

지금 무엇이 나다운 선택인가

되고 싶은 나에서 돼야 할 나에게로 가는 길

선택의 기로에 설 때면 어떤 강박증이 느껴질 때가 있다. 무엇이 가장 합리적 일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 결정한 후 있을 일들과 그 결과를 미리 그려보면서 고민에 빠진다. 나와 가족에게 미칠 영향과 미지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내 안에 슬쩍 발을 걸친다. 알 수 없는 어딘가로 한 걸음씩 발을 들일 때 염려가 생기는 것이 위로할 일처럼 느껴질 무렵 문득 새로운 시야가 열렸다. 나는 왜 이것을 기뻐하지 못할까. 매 걸음마다 새롭다면 되레 호기심이 생기거나 싱그러운 마음이 들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어떤 고정관념이 숨어 있었다.


익숙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원래 나인 것처럼 생각하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있었다. 선택을 앞두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니 공포가 나를 지배했다. 감정이 주인 노릇을 했다. 그런데 그것이 본래 내 모습은 아니다. 나는 늘 좀 더 생각하려 하는 사람이다. 그저 본능을 따른다면 동물과 다를 바 없다 여겼다. 주변의 말이나 상황에 휘둘리기보다 스스로 기준을 갖고 보다 가치 있게 선택하길 좋아하는 사람이다. 군대를 또 다른 대학으로 보듯 관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었다. 결국 생각이 모든 마음과 행동의 출발점이었다.


가장 나답게 생각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서는 '진짜 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반드시 거쳐야 했다. 되고 싶은 내가 아니라, 의도하지 않아도 갖게 되는 고유한 내가 누군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나는 스스로가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고 피조물이란 가치관을 갖고 있다. 뜻밖에 태어난 탓에 어쩔 수 없이 사는 것이 아니고, 어떤 본질적 목적을 갖고 태어났다고 본다. 마이크가 만든 사람의 기대대로 소리를 증폭하고 명료하게 만들 듯, 그리고 그 마이크를 삽자루로 쓸 수 없듯, 내 인생만 할 수 있는 사명이 있다고 믿는다.


이것을 찾는 과정에서 만난 말들은 내 실존을 찾는 비밀을 알게 했다. 보통 존재의 가치를 희구하는 말들은 대개 긍정적인 사고, 지혜로운 인식, 바른 욕구 따위를 촉구한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식이다. 이것들이 좋은 생각을 갖는 계기가 되긴 하지만 이 자체가 나는 아니었다. 무언가를 통해 내 안에 유입된 것일 뿐 정말 나 자신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래 내 것이라면 자연히 드러날 터다. 그런 교훈이 결국 어떤 형태로든 실행됐을 때만 진짜 나를 알 수 있었다. 직접 살아보려는 선택과 노력만이 내 모습을 찾는 과정에 의미가 있었다.


이를테면 나는 더 이상 직이 아니라 업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세월 동안 어떤 직장에 들어가거나, 직업으로 불려지는 것이 곧 나를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말하는 회사에서 일하면 곧 나도 가치 있어진다고 여겼다. 많은 사람들이 정의하고 선망하는 어떤 직업을 가지는 것이 인생의 최종 목표인 것처럼 산 적도 있었다. 껍데기인 직업적인 외형에 몰두한 나머지 알맹이인 진짜 나는 쏙 빼놓고 살았던 시기다. 이 두 가지가 없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업이었다. 나를 통해서만 드러나는 고유성이 있어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은 곧 되어야 할 나이자 꿈이 됐다. 나는 나를 통해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 본연의 가치를 찾거나 온전하게 만들어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본래 갖고 있는 진정성을 찾아내거나 회복하는 일이 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이 브랜드를 만들고 마케팅을 하는 구체적인 과정에서 가치를 드러낼 것이라 확신한다. 이런 생각을 갖고 오늘도 세상에 내 식대로 부딪혀본다. 그래서 지금 나답게 선택하며 살고 있는지, 부딪혀본 후 내 존재는 어떠한지 스스로 돌아본다. 나는 그렇게 점점 돼야 할 내가 될 것이다.

   

되고 싶은 저만 떠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 허무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돼야 할 저를 찾아가면서
살수록 충만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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