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이불을 사들였다.
엄마는 왜 이불에 집착했을까?
열여덟의 꽃다운 나이에 연애라곤 경험 없는 순자 씨는
어느 시골마을에 시집을 왔다. 부모의 떠밀림에 시작된 결혼은 준비 없이 시작되었다.
시어머니가 두 분 , 시동생들은 여러 명
집안이 가난했던 순자 씨는 조금 더 잘 사는 집으로 시집을 왔지만 혼수품을 갖추지 못한 채 떠나왔기에 눈칫밥을 먹기 시작했다.
마흔 중반에 남편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순자 씨는 농사일을 통해 틈틈이 쌈짓돈을 준비했다.
세 살 네 살 터울의 일곱 형제들 중 여섯째, 일곱째의 학비를 벌기 위해서도 열심히 일했다.
순자 씨는 혼수품을 준비하지 못했던 마음 한편의 응어리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보따리상 아주머니를 통해 이불을 한 채씩 사들였다
일 년에 한 번 연중행사
시아버지 제삿날, 조상 제삿날이면 찾아드는
손님을 위해, 딸들 시집갈때 한채씩 주고싶어 사들였던 이불은 오래된 장롱에는 순자 씨의 새 이불로 가득 찼다.
이불 하나는 인천 사는 아들에게도 보내고
이불 하나는 어쩌다 방문하는 손님을 위해
그렇게 이불은 계절마다 하나씩 추가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세월이 흘러 순자 씨의 이불은 무겁고 새롭게 나오는
이불은 가벼운 재질로 바뀌는 상황이었다.
시집가는 첫째 딸과 혼수품을 보는데 목록에는
이불도 있었기 때문이다
돈 있을 때 미리 사두었던 순자 씨의 이불은
첫째 딸의 신혼살림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해 겨울 첫째 딸은 능청스럽게
" 엄마. 겨울에는 묵직한 게 좋네. 오늘 김서방차에 실어 갈게요."
매 철마다 누군가를 위해 준비했던 이불
장롱 가득 채워진 이불 중 한 채는 첫째 딸 신혼살림에
뒤늦게 합류했다.
그리고 해년마다 달라지는 이불
오리털 이불, 극세사 이불, 목화솜이불, 인견이불
순자 씨가 남겨놓은 이불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여섯째의 이불
지금도 장롱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그럼 나의 집착은 뭐였을까?
뱃속에는 초코파이공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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