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혀있는 생각과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볼까

감정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법

by 조이카멜

사람에게 감정이 없으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고 하니 그 정도로 감정의 역할은 중요하다. 너무 중요한 탓일까. 가끔 감정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회사 생활을 할 때의 감정 소모는 만만치 않아 차라리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래저래 감정의 파도에 휩쓸릴 때가 있다. 이런 감정들은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데 사람들을 안 보고 혼자 일하거나 상대방을 통제하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어찌할 방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상대방이 아닌 나의 감정들은 더 살펴보고 본인 스스로 감정의 함정에 빠지는 것만이라도 방지한다면 한결 가벼운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다.


나를 지키는 감정 관리법 첫 번째는 타인의 행동에 대해 해석할 때 직관적으로 하지 않고 그 사람의 최선의 의도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분명 지난번과 비슷하게 보고를 했는데 유난히 더 혼난 것과 같은 상황이 펼쳐질 때가 있고, 평소와 다를 것이 없던 대화 중에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동료가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소심한 나는 내가 뭘 잘 못했는지 복기하며 땅굴을 파곤 했다. 물론 내가 잘못한 경우도 있지만 10년 회사 생활을 돌이켜 보니 90% 이상은 아무 일이 아니었다. 나만 사람이 아니라 상사도, 동료들도 다 사람이라 감정의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그 감정이 튀어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마주했을 때는 '상사(혹은 동료 등)에게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 있을 거야.'라고 마법의 주문을 외우고 마음을 가볍게 하면 아무런 일이 아닌 것이 된다.


이는 회사 밖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법이다. 난폭하게 운전하는 차를 보거나 불친절한 사람들이 있다면 이렇게 넘긴다. '저 사람에게는 안 좋은 무슨 일이 있을 거야. 사연이 있겠지' 감정이 나아지지 않으면 '사연'에 상상력을 더해본다. 급하게 차선을 변경해서 끼어드는 운전자에게는 '급똥' 때문일 거라고 이유를 붙여주는 것이다. 그렇다. 급똥이면 못 참지. 바로 이해가 되어 소모적인 감정에 빠지지 않고 상황을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왜 나는 위와 같은 상황에서 상대의 최선의 의도를 생각하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상대방이 나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했을까?


나는 이것을 '신뢰'의 문제로 해석하였다. 상대방이 나를 해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대전제로 한 '신뢰'에 대한 인식이 없던 것이다. 사회에서도 '신뢰'가 없다면 기타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예를 들면 각종 서류를 제출할 때 나중에 진위여부를 판단하더라도 우선 그 서류가 진짜라는 것을 믿고 처리한다. 현금 거래를 할 때도 위조지폐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랑 비슷하다. 신뢰가 없는 사회는 하나의 거래에도 검증 절차가 계속 이어져서 일이 지연된다.


이를 회사 생활 중에서 특히 감정에 관련하여 적용해 보면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감정소모라는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에너지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에너지 배분이 필요하다. 하루에도 수백 번 이상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데 그때마다 상대의 반응에 대해 민감하게 인지하고 해석하다 보면 에너지의 50% 이상을 소모하게 되어 정작 업무 할 때 써야 하는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신뢰'라는 인류가 개발한 유용한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현실에 위조지폐가 있는 것처럼 신뢰를 배신당하는 일이 생길 수 있지만 확률적으로 낮으니 그건 그때 대처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감정에 함정에 빠질 위험에 있을 때 떠올리곤 하는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사람을 신뢰하지 못한 데다가 열등감까지 더해져서 최악의 착각과 결과를 초래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의 한 장면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


루이스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오펜하이머를 공산당 첩자로 몰아가서 공직에서 박탈 시킨 역할을 한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나중에 밝혀지는데 그것은 바로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이 만났던 날의 오해 때문이었다.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이 루이스 스트로스와 멀찍이 떨어져 대화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루이스 스트로스는 오펜하이머가 자기 험담을 아인슈타인에게 했다고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인슈타인이 차가워진 것 같다. 실상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 둘은 험담이 아닌 훨씬 더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고 평소에도 열등감에 휩싸였던 루이스 스트루스가 착각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한 것이었다.


이때 루이스 스트루스가 사람들을 더 신뢰했다면 어땠을까. 오펜하이머는 남을 이간질시킬 그런 사람이 아니고 단지 둘이 좀 더 나눌 대화가 있다고 간단히 생각했었다면. 본능적으로 슬픈 착각이 들었더라도 의지적으로 신뢰를 발휘하고 상대의 최선의 의도를 생각했었다면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를 넘어 인생에서 다른 결과가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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