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해. 마음에 닿는 문장에 밑줄 긋는 걸 좋아해. 좋아하는 문장들을 정성껏 옮겨 적는 걸 좋아해.
내 첫 번째 서랍에는 사랑스러운 문장들이 가득한 노트가 있어. 마음이 무너지는 날이면 이 보물 노트를 꺼내 읽어. 일종의 기운 팍팍 응급 처방이랄까? 노트에 꾹꾹 눌러쓴 문장들은 진액 자양 강장제처럼 효과가 아주 좋아.
악착같이 버티다가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야. 우리는 끝없이 수렁에 빠졌었고 수렁이 빠질 것이기 때문에 탄탄한 동아줄을 미리 준비해 둬야 해. 마음이 무너져 버렸을 때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고 하면 너무 오래 걸릴 수 있어. 이미 기운이 꺾여 버리고 나면 우리가 쉽게 하게 되는 건 파괴적이고 소모적인 일들일 때가 많아. 그러니 괜찮은 날들에 괜찮은 것들을 모아두자. 기운 팍팍 응급 처방을 미리 만들어 두자.
기분 좋을 때 기분 좋게 하는 것들을 잘 적어둬. 좋아하는 음악 플레이 리스트도 좋고, 인생 영화도 좋아. 영원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에도 ON 버튼만 누르면 되도록 미리 준비해 두렴.
무너진 너를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행복했던 너뿐이니까.
- 우리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