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아니야

by pahadi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 시험 못 봤어. 혼 안 낼 거죠?" 혼낼 거냐고가 아니라 혼내지 않을 거죠라고 물어봐 줘서 기분이 좋았다. 엄마 역할을 아주 엉망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시험 못 본 게 혼날 일인가. 속 쓰리기는 자기가 더 쓰리겠지.


다음에 잘 보면 된다는 말에 아이가 이어 물었다.

"다음에도 못 보면 어떡해요?"

어떡하긴 뭘 어떡해. 어쩔 수 없는 거지. 다음에도 못 볼 수도 있지. 그게 걱정이라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하렴. 열심히 해도 못하면? 그래도 괜찮아. 별일 아니야. 그때도 다음이 있거든. 그리고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 언젠가 뿅 하고 멋진 모습으로 찾아올 거야.


역시나 남의 일은 쉽다. 정작 자기는 인생에서 낙방할 때마다 세상이 끝난 듯 바닥을 구르며 울기만 하는 주제에. 흠흠. 나에게도 단단히 일러둬야지. 괜찮아. 다! 별일 아니야. 다음에 잘하면 돼. 못해도 어쩔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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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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