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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부드러운 네트워킹의 기술

by 정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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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킹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사람들로 가득 찬 행사장에서 명함을 주고받으며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는 모습일까? 하지만 진정한 네트워킹은 단순한 인맥 쌓기가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 형성이다.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연결되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네트워킹의 본질이다.


나는 원단 디자인을 하던 시절부터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업무특성상 워낙에 유관부서와 협력을 많이 해야 하는 프로세스이다 보니 초반부터 나는 이러한 과정에 신경을 꽤 많이 쏟았다. 좋은 디자인을 한다고 해서 기회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었고, 경력이 쌓이며 나를 알리고 관계를 넓혀가는 과정이 분명 필요했다. 하지만 억지로 명함을 돌리거나 인맥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방식은 나와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고 따뜻한 방식으로 네트워킹을 할 수 있었을까?


1. 진정성 있는 관심이 첫걸음

처음 한 패션 박람회에 참석했을 때, 나는 여러 브랜드 관계자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좋은 인맥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니 대화가 어색해지고 부담스럽기만 했다. 그러다 우연히 한 부스에서 오래된 원단 샘플을 흥미롭게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브랜드 대표가 다가와 이야기를 걸었다. 우리는 원단의 조직과 염색 방식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고, 결국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이후에도 계속 소통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깨달았던건 사람들은 진정성 있는 관심을 보일 때 마음을 연다는 것이다. 단순히 '이 사람과 관계를 맺어야 해'라는 계산적인 태도가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공감할 때, 진정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는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네트워킹의 기술도 결국 소통과 진정성이다.


2. 작은 연결이 큰 기회가 된다

네트워킹은 거창한 만남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관계를 이어가게 만든다. 과거에 같이 일했던 선배가 독립을 한 뒤, 새롭게 브랜드를 런칭했을 때, 나는 축하 인사를 전하며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을 함께 건넸다. 아주 단순하지만 진심을 더한 메시지였기에, 선배는 내 관심을 고맙게 생각했고, 이후 프리랜서 형식의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제안을 먼저 해왔다.


사람들은 자신을 기억해주고, 작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을 소중하게 여긴다. 특히 혼자 무언가를 준비하며 잠시라도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내 편이 간절할 때, 건네지는 관심 한 마디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네트워킹은 꼭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만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욱 깊고 탄탄하게 다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쌓이면 예상치 못한 순간, 뜻밖의 기회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3. 관계는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 번의 만남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모든 사람과 꾸준히 연락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주 사소한 습관을 만들었다. 매달 한두 명의 지인에게 안부를 묻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번 만난 바이어가 새로운 시장에 관심이 있다고 했을 때, 관련 기사를 보고 가볍게 공유했다. 이런 작은 행동이 쌓이면서, 상대방은 나를 단순한 업무 관계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하게 되었다. 네트워킹은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성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가 관계를 깊어지게 만든다.


4. 네트워킹은 사람과의 '연결'이다

네트워킹을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과 사람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능력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흔히 '나에게 도움이 될 사람'을 찾는 데만 집중하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한 번은 신진 디자이너 친구가 원단 디자인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마침 내가 알고 있던 텍스타일 업체 중 그 친구의 스타일과 잘 맞을 것 같은 곳이 떠올랐다. 나는 이 둘을 소개해주었고, 예상했던 대로 좋은 시너지를 내며 결국 성공적인 협업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내가 직접적인 이익을 얻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연결의 과정에서 나에 대한 신뢰와 관계가 더욱 깊어졌다.


사람을 소개해주고 연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네트워킹이다. 내가 아는 정보를 나누고, 적절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법이다.


5. 네트워킹은 억지스럽지 않아야 한다

네트워킹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억지스럽지 않음’이다.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관계가 아니라,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람과 친해지면 나에게 이득이 있을까?’라는 계산적인 접근보다는, ‘이 사람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경험을 공유할 수 있을까?’라는 자연스러운 태도가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


나 역시 처음에는 네트워킹이 부담스러웠지만, 작은 관심과 배려, 그리고 지속적인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부터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네트워킹은 단순한 인맥 쌓기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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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네트워킹이란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 형성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있는 관계를 맺고 유지하느냐다. 진정성 있는 관심을 가지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 작은 연결고리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 지속적인 관계 유지,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능력. 이것이 내가 경험을 통해 배운 부드러운 네트워킹의 기술이다.


진정한 네트워킹은 단기적인 이익을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에 걸쳐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며, 그 안에서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하는 일이다. 단순한 인맥 관리가 아니라, 서로에게 가치를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쌓이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새로운 기회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네트워킹은 나 혼자만의 성장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동반 성장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맺어진 소중한 인연들은 단순한 스쳐 지나가는 만남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가장 든든한 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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