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은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작은 사회이다. 그래서일까? 때로는 너무 가까워서 불편하고, 때로는 너무 멀어서 답답할 때가 있다. ‘거리 두기’라는 표현이 조금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요소이다.
사회내에서 허물없는 관계는 어느순간, 정도의 경계를 넘나들다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게 되고, 또 이와 반대로 너무 먼 관계조성은 원활하지 못한 소통으로 인해 쉽게 끊어져버리고야 만다. 결국 오래 가는 관계는 매너있는 적당한 거리감을 두었을 때, 그 관계가 퇴사를 하고 났을때에도 오래도록 잘 유지되는 법이다.
적당한 거리를 두기 위한 첫번째는 회사에서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즉, '나의 한계'를 아는 것이다.
회사에서 나는 어떤 상황에서 정말 피곤해지는지, 어떤 부탁이 들어올 때 힘든지, 스스로를 잘 관찰해야 한다. 예를 들어, 퇴근 후에도 카톡이나 메신저로 업무 이야기를 계속 해야되는 상황이 닥쳤을 때, 금세 지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퇴근 후의 업무 이야기는 크게 상관없지만, 아침 회의 시간에 주요회의 내용이 아닌 잡다한 이야기가 난무하는 회의자리를 무척 괴로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과정에서 주 원인이 되는 상황에서 나쁜 관계가 되지 않기위해서는 철저하게 '나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의식적인 훈련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야 매번 휘둘리지 않고, 매 상황마다 적절한 결과를 도출하고, 좋게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적당선을 설명하고 지켜줬으면 한다는 의견을 매너있게 요청하는 것도 보통의 내공이 아닐뿐더러, 이러한 스킬을 자연스럽게 연마하기 위해선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이 회사내에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적당한 거리두기'에는 아무리 친한 관계라도 늘상 긍정의 표현만 주고받을 수 없다. 곧 “거절”을 포함하기도 한다. 하지만 거절은 관계를 끊기위한 말이 아니라, 오히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도 관계를 잘 유지시켜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다만, 이때는 '거절'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만약 급하게 업무협조가 들어왔을 때를 떠올려보자.
자신의 업무가 과부하이거나, 너무 바쁠 때, 이런 업무가 갑자기 들이닥치게 될 때면, 으레 화가 나지 않을수 없다. 급한거면 진작에 넘겨주던가, 아님 급한 '당신'이 하지! 라는 말이 목구멍끝까지 차오를때가 있다.
그 많은 말들을 순환하고 순환했음에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말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이걸 왜 지금 해야하죠?”, "그걸 왜 지금 말씀하세요???"...
이런말을 할 수도 있다. 사람인데, 화가 안날수가 없잖은가!! 과거의 '나'의 대답이기도 했으니까.
그렇지만, 경험상 이런식의 피드백은 '늦게 전달된 업무'라는 팩트보다 기분나쁜 감정을 먼저 표출한 나의 부정적 태도에 대한 결론만을 남길 뿐이었다. 그래서 늦게 전달받은 업무를 말도 안되게 빨리 처리를 했음에도, 그렇게 썩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던 적이 있다. 스킬이 쌓인 직딩이 되었을 땐, 이런상황에서 부드러운 거절을 한다. 물론 감정소모 없이 딱! 업무적 상황만을 놓고 결론을 낸다.
"지금은 이 업무를 먼저 마무리해야되서 곤란할 것 같아요. 마감시간 다시한번 확인 부탁드릴게요! 최대한 서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급한 업무라도, 내 업무가 더 급한 업무일 수 있다. 무조건 '네' 하기보단, 또 감정을 실은 단호박같은 '안돼요'라는 답변대신에 이럴땐 정중히 내 상황을 이야기하고, 그럼에도 상대방의 업무도 돕겠다는 의견을 어필한다. '정중한 매너'를 곁들인 대답을 하면, 열이면 여덟은 내 상황을 이해하고 존중할 가능성이 높다. 또 거절을 표현할 때, 무례하지 않았기에 상대방도 무안하지 않다. 감정을 배제한 사실적 의견의 피드백만 남게 되는 것이다. 건강한 거절은 그 상황이 끝났을 때에도 상대와의 관계를 여전히, 동일하게, 매끄럽게 이어갈 수 있는 법이다.
적당한 거리를 둔다는 것은 관계사이에 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매너라는 빗장을 둔다는 것이 맞을 듯하다. 때로는 동료와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힘들 땐 서로 으쌰으쌰 하기도 하고, 함께 웃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프로젝트 기간에는 밀착해서 협업하되, 끝난 뒤에는 서로에게 휴식 시간을 주는 것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또한, 매너를 지켜야 한다. 원치 않는 너무 사적인 이야기가 많은 상황이거나, 가십거리, 의미없는 술자리 등등의 상황에선 한 발짝 물러나 그저 내 할일을 해나가며 묵묵히 내 자리를 지키는 거다. 중요한 건 이 줄이 어느한쪽에 너무 치우치지 않도록 잘 유지를 해야되는 것이다. 세상에 가십을 재밌어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너무 과하면, 결국엔 꼭 탈이 나는 법이기에 의식적으로 이러한 자리는 오래 머물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그러한 자리에 계속 있으면 진짜 물들기 마련이다. 의식적으로 무해한 환경을 만들고, 무해한 환경을 찾아야 한다.
직장에서 자주 벌어지는 갈등은 사실 ‘일의 문제’보다 ‘관계성의 문제'일 때가 많다. 너무 친해져버려서 사리분별을 하지 못한채, 실수에 실수를 더하고, 어느순간 넘지말아야 할 선을 침범해버린다. 그러다보면 이제껏 쌓아둔 서운한 감정이 표출되고, 공적인 자리에서까지 불편한 감정을 주고받게 된다.
반대로 모든이들과 너무 거리를 두게되면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이 소외감이라는 건 또, 회사에서 쓸데없는 감정소모를 불러 일으키는 부정적 감정이기에 결국은 회사내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회사생활을 하는데에 있어서도 여러모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서로의 적정거리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 적정거리가 안전하게 지켜질 때, 우리는 오히려 더 오래, 즐겁게 함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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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한계를 인식하라 – 나는 어떤 상황에서 힘든지, 무엇을 지킬 때 편안한지 파악하기.
부드럽게 거절하라 – “싫다”같은 단호박 거절표현 보다는 부드럽게 표현하기.
유연하게 거리 조절하라 – 말이 많은 자리에선 한 발 물러서기, 건강한 수다와 티타임!
적당한 거리두기는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경계가 아니라, 직장내의 더 건강한 관계를 유지시켜주는 완충장치이다. 거리가 균형 있게 유지될 때, 우리는 더 오랫동안 따뜻한 동료로 남을 수 있다. 당신이 세운 적정선의 기준은 개인적인 이기심이나 아집이 아니라, 스스로와 상대 모두를 위한 배려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그리고 정말 정말 중요한것! 가십거리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과는 특별히 더! 적당한 거리가 아니라 38선을 그어도 무방하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과는 적정선도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