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짠이 안녕?!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 나서의 감정을 떠올려보면,
였던 거 같다.
아무래도 계획임신이고 짧았지만 난임 기간도 있었다 보니 임신 소식에 기쁜 마음만 가득했다. 임신 소식을 들으면 기쁨과 동시에 부담이 든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나는 부담이나 고민에 대한 생각은 임신 계획 전에 많이 해둬서 그런지 기쁘기만 했다. 기쁜 마음을 아내에게 바로 전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아직 출장지라 옆에 있지 못해서 서로 아쉬웠다.
아빠가 된다.
이 당시에는 딱히 현실감은 없었고 그냥 신나고 좋은 감정 정도만 있었다. 특히 아내와 떨어져 있으니 현실감이 더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덕분에 마냥 신나고 좋은 기분을 오래 만끽할 수 있었다. 또한 해외 출장 중이리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오히려 신선한 경험을 했다. 신나서 주변에 임신 소식을 알리고 싶더라도 안정기가 되기 전까지는 참아야 하는데 나는 출장지에서 같이 일하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자랑도 하고 축하도 받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기에선 내가 아무리 신나게 떠들어도 한국으로 소식이 새어나갈 일은 없으니. 가족에게도 알리지 못하는 소식을 만난 지 2주밖에 안 된 외국인에게 먼저 알리고 축하와 선물을 받으니 신기했다. 내가 외국인 애엄마한테 임신 기간에 대한 조언을 들을 줄이야.
신나고 신기한 기분과 함께 1주일이 후다닥 지나고 집으로 복귀하니 아내가 따뜻한 집밥과 함께 맞이해주었다. 밥 먹으면서 아내가 태아 관리 어플을 보여줬는데 태명이 "짠짠이"라고 되어 있었다. 예전에 우리가 태명 이야기할 때 내가 얘기했던 그 이름이다. 아내는 경상도의 "오다 주웠다." 식으로 "태명을 넣어야 어플을 사용할 수 있어서 넣었다." 라고 하는데 꽤 뭉클했다. 결혼 참 잘했다. 이제 시작이다. 마주해야 할 현실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출장 업무 정리, 밀린 일들, 임신 기간 준비, 병원 가기, 육아 준비 등등. 그렇지만 고민만 하던 예전처럼 겁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눈 앞에 닥치니 다 잘 될 거라는 희망이 가득했다.
덧, 난임으로 고민하는 분들에게.
여성들에게 산부인과는 가기 꺼려지는 곳이라고 들었다. 여성들이 꺼리니 남자들이 동행하는 거는 더 어려운 일일 터. 나도 여러 번 가면서 남자들을 많이 보진 못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난임으로 크게 고생한 케이스가 아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다.
난임으로 고민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가까운 병원에 가라.
우리도 초기에 그랬듯이 병원에는 가지 않고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럴 필요 없다. 당장 집이나 직장 근처의 병원부터 가보시길 권한다. 유명한 난임센터를 알아보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나고 나니 약간 꺼려지는 마음 때문에 흘려보낸 시간이 아깝단 생각이 들더라. 무관심이나 미신은 버리고 반드시 의학의 도움을 받으시라. 난임으로 고민하던 친구를 우리가 다닌 병원에 데려갔는데 그 친구도 몇 달 후에 임신을 했다. 올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