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살의 네발 자전거
대학교 1학년 초가을, 한 학년 위의 선배가 새로 산 로드레이서 자전거를 타고 학교까지 왔었다. 산양의 뿔처럼 멋지게 휘어진 핸들, 높이 솟은 안장, 반짝이는 휠까지 멋진 자전거에 감탄하며 한 번만 타보게 해달라고 졸랐었다. 간신히 허락을 얻어내 서둘러 자전거에 올라탔고 의기양양하게 운동장을 한 바퀴 돌려던 그 순간, 나는 커브길을 제대로 돌지 못하고 길가 보도를 들이받은 후 그대로 운동장 밖으로 튕겨나갔다. 얼굴부터 바닥에 처박혀 처참하게 앞니가 부러졌고, 선배의 새 자전거는 바퀴가 통째로 우그러진 채 길가에 쓰러졌다. 그때 이후로 나는 자전거를 무서워하게 되었다.
그랬던 내가 큰 아이가 여섯 살이 되자마자 자전거를 사주었다. 나는 비록 무서워서 잘 타지 못하지만 아들은 자전거의 매력을 만끽하며 능숙하게 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신나게 달리는 질주의 쾌감, 내 다리로 움직이는 경건한 속도감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큰 아이는 인생 첫 네발자전거와 만났다. 큰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어디든 달릴 수 있었고, 그 옆에서 나는 두 살이 된 작은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걸어 다녔다. 어디든 자전거와 유모차가 갈 수 있는 곳이라면 먼 곳이라도 열심히 다니길 1년 여. 처음에는 내 뒤에서 나를 쫒아오곤 했던 아이가 제법 자신감이 붙으면서 내 앞에서 달리게 되었다. 요란한 소리를 내는 보조바퀴의 흔들림을 따라 온 몸을 양 옆으로 기울이며 달리던 큰 아이. 뒤에서 따라오는 엄마를 믿고 큰 아이는 낑낑대며 오르막을 오르기도 하고 거침없이 내리막을 달려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이집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여느 날처럼 세 살배기 동생이 탄 유모차를 밀며 뛰다시피 아이를 쫒아가는 데, 큰 애 자전거의 보조바퀴 나사가 풀려 덜컹거리는 게 보였다. 아이는 그것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 길을 올라가고 있었고, 놀란 나는 아이가 위험할까봐 걸음을 서두르는데, 그만 그 사이에 바퀴가 떨어져나갔다. 깜짝 놀라 아이를 불러 세우려는 순간, 아이는 처음부터 보조바퀴가 없었던 것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중심을 잡고 어느 쪽으로도 기울러지지 않고 똑바로 나가고 있었다. 그 씩씩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안도와 자랑스러움, 허전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렇게 아이는 혼자 길을 걸어가겠구나, 엄마는 그저 묵묵히 뒤에서 지켜봐주기만 할 뿐이구나, 혼자서 앞서 나갈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만 청승맞게 거리 한 가운데서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그렇게 큰 아이는 네 발에서 두 발로, 훨씬 빠르고 자유로운 자전거의 세계로 들어섰다. 그때의 분홍색 네발 자전거 이후로 여러 대의 자전거를 거쳐, 이제 큰아이는 내 발은 닿지도 않는 높은 안장에 얇고 커다란 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탄다. 그리고 나는 아이가 달려나갈 때 조금이라도 보조를 맞추며 옆에서 응원하고 싶어 서툴지만 자전거를 연습했다. 지금은 가끔 주말에 근처 공원으로 아이와 함께 자전거로 산책을 나서는데, 역시 큰 아이가 앞에 서고 나는 뒤에서 따라간다. 내 품에 쏙 들어오던 아이의 조그맣던 등이 이제는 아빠만큼 커다랗다. 아이의 등을 보며 천천히 뒤따르는 그 길이 고요하고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