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안 그래도 바쁜 연말에 월요일이 왜 이렇게 빨리 오는지 불만이에요.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환기부터 해요. 겨울이라도 예외를 두진 않거든요. 설마 겨울 환기 반대하는 입장이신가요?! 그래도 10분 정도는 열어두는 게 좋다고 해요. 저도 살인적인 난방비가 아깝기도 하지만 유럽은 구축 목조 바닥 건물이 아직 많아서 냄새도 더 잘 붙는 거 같아요. 또 방이 워낙 좁다 보니 숨 막히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30분 혹은 더 길게 열어두는 편이에요. 유럽 창문이 참 요상한 게 방충망이 없거든요? 그래서 보통은 윗부분이 조금 열려요. 아무리 벌레 없는 환경이라도 벌레가 들어올까 봐 무섭긴 했나 보죠? ㅎㅎ ( 사진은 제 옛날집 복도에요. 이렇게 창살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관리가 힘들고... 창문에는 보통 없더라고요:( )
사실 제 입장에서는 영 믿음이 안 가더라고요. 윗부분만 조금 열어서 환기가 되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전 그냥 아예 활짝 다 열어버려요. 보통 손잡이를 돌리면 열리는 방향을 택할 수 있는 구조랍니다. 이걸 어떻게 말로 설명하기 어렵네요.
가장 문제는요... 유럽은 높은 층의 건물이 거의 없어요. 그리고 나무도 많고 비둘기도 많죠. 저는 유럽 층수로 3층, 그러니까 한국식으로 2층에 사는데요. 창문을 열면 바로 아주 큰 나무의 윗부분을 마주해요. 아침에 문을 열면 수많은 비둘기 떼와 인사를 나눌 수 있답니다. 아침 체조 하느라 팔이라도 휘두르면 다 날아가버리는 겁 많은 친구들이에요. 방충망도 없는데 들어올까 봐 아침마다 노심초사 안절부절이에요. 어제는 비둘기 세 마리가 창문틀 바로 앞에 앉아있더라고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환기를 포기하고 싶었어요. 한국처럼 미는 문도 아니고 안쪽으로 여는 창문이거든요. 연말에 비둘기를 맞이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지하철역에 있는 카페에서 일했을 때가 떠오르네요. 그때 비둘기 한 마리가 겁을 먹고 들어와 카페 천장 조명을 다 흔들며 한바탕 날갯짓을 하고 갔었거든요. 비둘기 무서워요. 그래도 환기는 해야겠죠?
앞으로도 월,수,금 밤에, 부다페스트에서 작은 편지를 보내드릴게요!Ps. 부다페스트 관련해서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 댓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