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새로운 여정 03.

짧은 이별, 돌아온 서울

새로운 여정

― "짧은 이별, 돌아온 서울"



서울역에 도착했을 때,

햇살은 생각보다 따뜻했고,

사람들은 여느 때처럼 바빴다.

그 바쁨이 나만 빼고 돌아가는 듯한 기분은 여전했다.



게스트하우스 문을 나서던 그녀에게

나는 짧게 인사했다.

"즐거웠어요. 짧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았죠. 짧아서."


우리는 연락처를 주고받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고,

나 역시 굳이 꺼내지 않았다.


우연히 마주쳤던 사람들이

적당한 거리와 시간으로 스쳐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서울로 돌아온 며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냉장고 안에는 물 한 병과 오래된 고추장이 있었고,

책상 위엔 여행 중 펼쳤던 노트가 그대로였다.


나는 새 노트를 꺼내

그날의 대화를 기억나는 대로 적었다.



>“나, 그동안 외로웠던 걸까.”

>“누가 물어봐주길 기다렸던지도 몰라요.”



그 문장은 쓰고 나니 더 쓸쓸했다.

아마 누군가 읽으면 일기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건물의 단면도를 그릴 때보다 더 정직한 선이었다.



며칠 뒤,

나는 다시 도면을 펼쳤다.

작은 카페 리모델링 건이었다.


나는 창가 자리를 넓히고,

햇빛이 가장 오래 머무는 위치에

긴 의자 하나를 그렸다.


그 자리에 누가 앉을지는 몰랐지만,

그 여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노란 점퍼와 조용한 목소리,

그리고 ‘아침이 느리게 오는 도시’라는 말.

그 말이 유난히 그리웠다.



밤이 되면,

나는 다시 조명을 낮췄다.


혼자 마시는 하이볼의 맛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 속도가 조금은 달라졌다.


느리게 취하고,

조용히 잠드는 시간.

그게 요즘 나의 하루였다.



가끔은,

누군가와의 짧은 시간이

오래된 시간보다 더 많이 남는다.


그녀와 나는 서로의 인생을 바꾸지 않았지만,

각자의 공백 속에서

줄 쯤은 덧붙여진 것 같다.


그게 뭐였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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