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대화, 그리고 나직한 질문
새로운 여정
― 짧은 대화, 그리고 나직한 질문
다음 날 아침,
나는 또다시 같은 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우연처럼,
그녀는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창가에 흐르는 빛은 거의 똑같았고,
커피의 향도 그랬고,
다만 오늘 그녀는 책 대신 아무것도 꺼내지 않고 있었다.
나는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
그저 옆자리에 앉아 주문을 넣었다.
한참이 지나고,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여기, 아침이 좀 느리게 오지 않나요?”
나는 잠시 창밖을 봤다.
아침이라기엔 햇살이 너무 맑았고,
그 맑음이 늦게 오는 것 같다는 말이 묘하게 마음에 들었다.
“네. 밤보다 아침이 더 조용한 도시네요.”
그녀가 천천히 웃었다.
그리고 말없이 커피잔을 돌렸다.
“여행 오신 거예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에 가깝죠. 누구에게 쫓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도망이라는 단어를 쓰는 걸 보니··· 꽤 진심이셨나 봐요.”
나는 그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 안쪽 어딘가가 조금 울리는 것 같았다.
그 울림은 정확한 정체가 없었지만,
그녀의 다음 말이 그 중심을 조용히 찔렀다.
“저는요,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을 해요.
‘나, 그동안 외로웠던 걸까?’ 하고요.”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식은 맛이었다.
하지만 그 온도는 묘하게 편안했다.
“저도요,”
나는 조용히 말했다.
“방금 들으니, 저도 그랬던 것 같네요. 외로웠어요.
근데 그걸··· 누가 물어봐주길 기다리고 있었던지도 모르겠어요.”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커피를 마셨다.
우리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대신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참 바라봤다.
그 순간,
나는 외로움이란 게 꼭 누구의 부재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가끔은 내 안에 있던 무언가가 스스로 자리를 비워버릴 때,
그럴 때 진짜 외로움이 시작된다는 것을.
그날 카페를 나서며,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괜찮아요. 이제는 조금 덜 외로워도.”
그 말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지만,
내가 들었고,
그걸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