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센델 / 김영사

by 정작가


2011년 상반기 서점가를 휩쓴 열풍의 주역 <정의란 무엇인가>는 다소 난해한 책이다. 처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몇 장 읽다가 도저히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던 것을 오기가 발동하여 다시 대여하여 읽게 되었을 만큼 어려우면서도 끌리는 묘한 마력이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샌델 교수가 학부생들을 위한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당대 최고의 지성이 모인 집단에서 수강하는 과목을 일반인들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행운일 수도 있다. 하지만 400쪽에 육박하는 책에는 온통 칸트와 벤담, 롤스를 비롯한 철학자들의 이름과 정언명령, 가언명령 등 생전 처음 접하게 되는 현학적인 단어들로 인해 그야말로 뒤골이 당길 지경이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주창하는 벤담의 공리주의는 과연 옳은 것인가? 존 롤스의 평등 옹호이론은 과연 기득권 세력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론일까 등 수많은 난해한 질문들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동안 과연 이런 물음에 어떤 답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여러 명의 철학자들과 그들이 주장하는 이론을 한 번의 통독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존 롤스의 '정의론'에서 주창하는 평등 옹호이론이다. 이 이론은 EBS를 통해 방영된 동명의 프로그램에서 언급된 적이 있었는데 가령 하버드대학생들의 현재 위치가 과연 본인의 노력만으로 가능했을까 하는 물음 따위가 그것이다. 이 물음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기 노력의 결과'라고 답하지만 마이클 샌델 교수가 롤스의 이론을 설명하면서 그건 그저 운이었을 뿐이라는 충격적인 결론을 내린다. 그런 행운으로 인해 남보다 우월한 지위를 누리는 사람들은 반드시 사회의 발전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것. 흔히들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미덕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불우한 환경에서의 노력은 남들보다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코 그런 노력만으로 세상에서 우월한 지위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현실임을 감안할 때 이런 이론들은 충분히 설득력을 얻는다. 우리의 현실만 보더라도 한때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신화'의 시대가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다. 부유한 환경에서 공부한 이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은 이런 현상을 뒷받침한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는 이런 평등 옹호이론을 포함하여 벤담의 공리주의, 소수집단우대정책논쟁, 충직 딜레마 등 사회의 여러 분야에 걸쳐있는 이슈들에 대한 질문을 통해 철학적인 사고와 준거의 틀을 마련해 준다. 미약하나마 사회문제를 철학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사고의 틀을 확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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