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판 / 제임스 카메론 감독(2009) / 미국
영화 <아바타>를 보면 베트남전이 연상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지만 실제로는 승부를 보지 못했고, 사실상 미국의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명분 없는 전쟁. 여기에서는 언옵타늄이라는 자원을 채취하기 위한 지구인들의 진출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나비족 상황으로 보자면 영락없는 침입이자 약탈일 뿐이다. 지금은 선진국이 된 유럽과 미주의 각 국가들을 보면 문화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국주의 열강세력이 활개 치던 시절에 약소국의 자원을 약탈하여 부를 불린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 노예로 만든 원주민에게서는 노동력을 착취하고 잉여 인력들이 즐비하니 문화의 꽃을 피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고 보면 <아바타>는 베트남전뿐만 아니라 그 이전 강대국들이 어떤 식으로 약소국들을 침입하여 약탈했는지 알 수 있는, 인류사의 침입과 약탈의 연대기를 재조명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아바타>를 보면서 베트남전이 떠올랐던 것은 공격을 받은 나비족의 큰 나무가 불에 타고 쓰러지면서 주변이 페허로 변한 현장이 마치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베트콩을 전멸시키기 위해 밀림지역 초토화 작전을 감행하면서 살포한 고엽제 공격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마치 흑백 촬영을 한 것처럼 울창한 산림이 무기로 인해 어떤 식으로 파괴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해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잔인한 실상을 보여준다. 나비족 입장에서는 정신적인 지주와 다를 바 없고 터전이었던 나무의 해체는 그들에겐 터전 상실과 영혼의 죽음을 의미하기에 그 충격은 더욱더 컸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 아주 잠깐이지만 낯익은 장면이 있다. 첫 화면에서 판도라 행성의 자연경관이 펼쳐지면서 주인공인 제이크 설리의 내레이션이 나오는 대목이다. 횡단보도 앞에 있는 주인공은 휠체어에 앉은 채 교통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 주변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면 거의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했다.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도라 행성에 진출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현재부터 미래의 어느 시점이 배경일 테고,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환경문제가 심각한 미래 도시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해 본다면 요즘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사태를 재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감독의 선구안적인 연출에 새삼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마스크나 가면을 쓰지 않고는 활보도 할 수 없는 미래의 도심이라면 그런 미래를 막기 위해서라도 자연생태계에 대한 관심을 더 이상 도외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주인공이 불편한 다리를 고치기 위해서 필요한 금액을 언급한 장면이 있는데, 커피 한 잔 값이 ‘연금수표 한 장에 12달러’ 정도 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상당히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된 사회에 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잠시 비추는 TV화면에서는 벵갈 호랑이들이 유전자DNA를 복제해 되살아난 수많은 생물에 합류했다는 뉴스가 들려오기도 한다. 이런 세부적인 장면 배치를 통해 <아바타>가 단순히 오락 영화로서만 그치지 않고, 인류에게 과제로 남아있는 문제들을 다각도로 제시한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새로운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이유도 생길 것이다.
<아바타>에서는 전개되는 내용자체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도 시선을 끄는 것은 아름다운 풍광이다. 지구 곳곳에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풍경들은 실제로 판도라 행성의 경치들을 재연하기 위한 모티프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크로아티아의 숲과 호수, 중국의 장가계 등이 소개된 인터넷 사진들을 보면 어째서 영화의 배경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능히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역설적인 것은 감독의 노력으로 구축해 놓은 이렇듯 아름다운 경관들이 파괴되는 장면 또한 영화 속의 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일지라도 그것을 지키지 못한다면 비극은 더욱 심화될 뿐이다.
이 영화는 소설로 말하면 1인칭 관찰자 시점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주인공인 제이크 설리의 내레이션이 진솔하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탄 상태로 주점에서-한 여자를 폭행한-체구가 큰 사내를 상대로 휘두르는 펀치는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려준다. 그렇게 이야기가 전개되면 그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신분을 가졌던 인물임을 각인시키고, 아바타는 타이틀 롤로 그에게 자리하게 된다. 매일 기록하는 영상일기 또한 영화의 한 축으로 작용하며 자연스럽게 화면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을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한다.
<아바타> 확장판에서는 본편에서는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한층 업그레이드된 영상을 제공한다. 숲 속에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처음 만나게 되는 장면에서 환상적인 정경이 묘사되는데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장면들이 추가된 것을 알 수 있다. 추가된 사냥씬에서도 역동적인 장면이 포착되는데 마치 주인공의 시선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면서 직접 사냥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액션 장면이 화려하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의 강점을 살려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는 측면에서 확장판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다.
이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영상미가 뛰어나고, 스토리텔링이 체계적으로 짜여있는 등 영화로서 완성도가 높고 우수한 작품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하더라도 작품 속 이곳저곳에 숨어있는 사유의 대상을 찾을 수 있는 숨은 그림 찾기가 단순히 즐기는 오락 영화의 수준을 넘어서 우리 인류에게 당면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