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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유목민의 아침

by 기차는 달려가고

4,800미터 티베트 고산지대에서 유목하는 어느 가정의 하루를 보았다.

여름에만 산으로 올라오는 듯,

텐트 비슷하게 생긴 헝겊으로 된 거처에서 최소한의 살림살이로 부부는 방학 중인 두 아들과 함께 있었다.

마흔 마리의 야크를 키우는 이 가족은 야크에게서 모든 물질적인 것을 얻는다.



아침 6시 반쯤,

창문 없는 어둠 속에서,

잠을 깬 아버지는 먼저 흙으로 쌓은 작은 화로에 불을 지핀다.

불쏘시개는 가느다란 나뭇가지 몇 개.

불이 붙으면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자

그 위에 둥글넙적 빚어서 말린 야크 똥을 툭툭 잘라 얹는다.

쉭쉭, 붉은 불길이 어둠을 밝힌다.

천장의 환기 구멍을 열어 뿌연 연기를 내보내고,

야크 털 모포 속에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깨운다.

무리에서 벗어난 야크 한 마리를 잡느라 밤새 고생한 어머니가 깨지 않도록 모두들 조용조용.


아버지와 두 아들은 물통을 들고 거처를 나선다.

바깥은 환한 아침이다.

온통 푸른 빛깔이 깔린 대지와

까마득한 잿빛 고산준령을 하얗게 흘러가는 구름은 엄숙한 대자연의 여름 풍경.

고산지대라 나지막한 관목들과 더 낮은 풀뿐인데

푸르름 사이사이에 흩뿌려진 노란 꽃들은 아침 이슬에 촉촉이 젖어있다.

야크들은 풀 위에 누워 커다란 눈망울을 끔뻑거리고

어린 자식은 어미의 젖을 물고 있었네.


크고 작은 물줄기가 푸른 대지를 콸콸 흐르고.

아버지와 아들들은 돌틈으로 졸졸 흐르는 청량한 시냇가를 찾아와 먼저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나서,

팔목을 걷어올리고 세수를 하지.

장난꾸러기 아들들의 키득키득 명랑한 몸놀림.

볼 빨간, 수줍은 아이들.

아이들의 환한 미소가 하늘로 날아오르네.


그렇게 가져온 깨끗한 물을 작은 그릇들에 나눠 담아 부처님 앞에 올리고,

야크 기름이 담긴 작은 종지마다 불을 밝힌 아버지는 불경을 읽기 시작한다.

한 장 한 장 경전을 넘기며 작게 소리 내어 불경을 읽은 아버지는 기도를 마치고서야 거처를 나와,

잎차와 야크 젓으로 버터차 만드는 나무 도구를 밀고 당겨서 가족의 아침밥을 마련했으니.

풀밭 위에 모포를 깔고 부모와 아들들은 도란도란,

버터차 한 냄비뿐인 간소한 아침밥상을 나누었다.



아주 단순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아침 몇 시간이었는데.

대자연 속에서 담담하게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이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래,

하루의 시작은 고산의 그들처럼 경건해야 할 것이다.

차분한 마음으로 크고 높은 존재 앞에 엎드려

오늘 하루 내 앞에 펼쳐질 시간을 간구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당연하게 아침을 맞고 보내면서

무겁게 펼쳐질 일과를 예감하여 날 선 심정으로 빨리빨리,

서두르는 아침을 소비할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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