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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Jun 06. 2024

토마토 메밀 파스타

최집사의 파스타



 아프기 전에는 치킨, 파스타, 피자를 좋아했다. 어디선가 서구화된 식습관이 암 발병 원인 중 하나라는 소리를 듣고, 지금은 건강을 생각해 자제하고 있다. 그래도 그 맛을 안 이상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가끔 특별한 날 오일 파스타 정도는 사 먹기도 하지만 평소엔 피자 대신 부침개나 전병을, 파스타는 현미면이나 메밀 국수로 대리 만족한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파스타와 피자가 몸에 해로운 음식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게 맞는 좋은 재료와 건강한 레시피로 만든다면 충분히 훌륭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그 방법으로 떠올린 것이 토마토 메밀 파스타다. 얼마 전 부산에 유명한 메밀 맛집에 갔는데 그때 들기름 막국수를 먹고 떠올린 아이디어다. 간장 베이스와 김가루가 들어간 그 국수가 왠지 오일 파스타와 닮았다고 느꼈다. 그 뒤로 집으로 돌아와 막국수 소면을 사다가 몇 번 흉내 내어 만들어 먹었다. 마침 오늘은 냉장고에 토마토가 있으니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면 좋겠지.



 방법은 비빔국수와 비슷하다. 고추장 대신 토마토를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토마토는 잘게 썰어 올리브 오일에 볶다가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한 뒤 간장과 파슬리로 풍미를 더한다. 필요에 따라 굴소스나 바질을 넣어도 좋고, 좀 더 심플하게 먹고 싶으면 양념을 간소화해도 좋다. 완성된 소스는 차갑게 식히고 메밀국수를 끓여 찬물에 헹군다. 접시에 로메인 상추(푸른 잎채소)를 깔고 물기를 제거한 면을 토마토소스와 버무려 올리면 끄 읕.



삼시세끼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기 위해선 돈과 시간과 노동이 필요하다. 예전 같으면 이 시간에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알바를 하러 갔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주방에서 보내고 있다. 어디선가 젊은 날 식사와 꾸준한 운동은 노년의 병원비 6천만 원을 저축하는 것과 같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왜 하필 육천만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일찍 그 글을 읽었더라면 좋았겠다 싶지만 지금이라도 실천할 수 있다는 건 다행인 일이다.



 세상 모든 게 귀찮아 햄버거로 때우고 싶을 때나, 영상 속 먹방을 볼 때, 마트에 진열된 화려한 가공식품들에 눈이 돌아갈 때마다 가만히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티 안나는 이 노력이 미래의 내 몸에 대한 투자라고… 그리 생각하면 약간의 책임감과 의무감이 생긴다. 더 이상 스스로에게 미안한 일은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장보고 요리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과하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실천하고 있으니 그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공 없는 신선한 재료로 직접 요리하는 대신 조리과정과 양념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그릇도 되도록이면 많이 쓰지 않고 한 접시에 담아 먹는다. 양념도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정도만 소량으로 사용하고 시중에 판매하는 소스 대신 후추나 허브를 애용한다. 다소 밋밋하지만 어찌 보면 그것이 재료가 가진 진짜 맛이 아닐까 싶다. 바나나 우유엔 바나나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맛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손이 많이 가는 요리는 믿을 만한 식당을 알아보는 쪽을 택한다. 제 아무리 요리에 진심이고 뜻이 있어도 업을 능가할 순 없다고 본다. 그러니 좋은 음식을 사 먹을 땐 더더욱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 릴스로그 업로드되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C73hdBsvWt9/?igsh=Y2ZxbWg2cmd6a3Z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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