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RAIT

2021년 12월 26일 일요일, 맑음(한파)

by 고귀한 먼지
크리스마스가 있었던 올해의 마지막 주말은 이렇게 저물어간다. 주말 동안 나는 아무 탈 없이 편안하게 ‘안녕(安寧)’했다.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이 어디 있을까?


점심을 먹고 있는데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지난 10월 이후 두 달 정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던 장편 시나리오 ‘보이저’에 대한 생각이었다. 역시 글도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러던데 이제 다시 글감을 꺼내 다듬을 때가 된 것 같다. 좋은 징조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용봉산 자락에 마련된 내포문화숲길 일부 구간을 운동 삼아 걸었다. 점심 먹고 씻지도 않고 모자와 패딩점퍼 등으로 중무장을 한 후 밖으로 나왔다. 미세먼지 없고 햇빛도 찬란해 시야는 뻥 뚫렸지만 바람은 여전히 찼다. 그래도 모자까지 뒤집어쓰고 있으니 매서운 추위를 견딜만했다. 홍예공원을 가로질러 보훈탑까지 간 후 거기서부터 용봉산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내포문화숲길을 걸었다. 군데군데 햇빛에 눈이 다 녹은 곳도 있었지만 길 대부분은 아직 눈으로 덮여있었다. 오랜만에 눈을 밟으며 걷기 운동을 하니 기분이 상쾌했다. 두 시간 정도밖에 있다가 돌아온 후, 샤워를 하고 이 글을 쓴다.




아침에 일어나 업무 잠깐 보고, TV 동물농장 보고, 책 조금 읽고, 이부자리 갠 다음 점심 먹고, 운동하고, 씻고, 엄마와 통화 잠깐 하니 벌써 오후 5시가 넘었네. 이제 이 글 쓰고, 올해 정리 조금 하고 저녁 먹으면서 텔레비전 보면 밤 9시겠구나. 뉴스 보고, 드라마 보고, 오늘은 영화도 봐야 한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가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방송된다. 이런 행운이. 할 건 많지만 이건 포기할 수 없지. 영화 보고 내일 일찍 일어나 집필 먼저 다시 시작하자.


오늘이 지나면 이제 2021년의 남은 날은 5일이다. 정말 올해를 차분히 정리해야 할 시간이 됐다. 남은 5일 내가 할 일은 방금 말한 대로 올해를 정리하는 일. 그리고 열심히 책을 읽을 생각이다. 올해 목표가 50권이었는데 45권으로 목표 권수를 조금 못 미칠 것 같다. 이것도 책을 열심히 읽어 5일 안에 3권을 읽어야 가능한 기록이다. 이제 올해 내가 살아온 과정을 차분히 정리하겠지만 책을 45권 읽었다는 건 뿌듯한 일이다. 자랑해야지. 솔직히 45권 다 기억나진 않지만 그래도 생각의 폭을 더 넓혀준 건 확실하다. 창작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내년에는 좀 더 욕심을 내 70권에 도전해보자.


영화는 어림잡아 82~3편 정도 볼 것 같다. ‘오징어 게임’ 같은 시리즈도 4~5 작품을 봤으니 작년과 비슷하게 100편 정도 봤다고 할 수 있다. 아, 올해도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관객심사단으로 활동하며 영화를 10여 편 봤으니 100편이 넘는구나. 이것도 자랑해야지. 자랑할만한 일이다.


또 자랑할 게 하나 있다. 이번 달에 공모한 문화일보-예스 24 ‘국민서평프로젝트’에서 우수상을 받아 예스 24 포인트 5만 점을 얻었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서평을 썼는데 이렇게 인정받을 줄이야. 자랑하진 않았지만 혼자 진짜 좋아했다. 내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힘이 많이 났다. 앞으로 이런 공모에 더 적극적으로 도전할 계획이다. 실력도 쌓을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물질적인 혜택도 얻을 수 있어서 참 좋은 도전이다.




크리스마스가 있었던 올해의 마지막 주말은 이렇게 저물어간다. 주말 동안 나는 아무 탈 없이 편안하게 ‘안녕(安寧)’했다. 좀 전에 엄마와 통화했는데 부모님도 주말 동안 안녕하셨던 것 같아 안심했다.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이 어디 있을까?

받은 만큼 다른 이에게 베풀 수 있도록 남은 올해의 5일을 허투루 살지 말자.


고맙습니다.


지난 금요일, 충남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도서관 한편에 놓인 눈사람을 발견했다. 올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이 눈사람을 통해 소박하게 느꼈다. 소박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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