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댈루행성의 밍맹몽 #14
죽음의 노란빛을 멈춰라
“바로 여기다!”
음보그 할아버지와 일행은 할아버지가 연구했던 그 연구소를 다시 찾아갔다. 한 시간쯤 산에 올라갔을까. 나무가 우거진 숲 사이로 허름하게 다 쓰러져 가는 연구실이 하나 나타났다. 마치 영화 쥐라기 월드에서 나오는 연구소 같았다. 지금 당장 랩터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으스스했다. 일행이 도착하자 또다시 노란 빛이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그리고는 또 다시 지진처럼 진동이 느껴졌다.
“모두들 조심해!”
은디요가 소리쳤다. 연구실 기둥처럼 서 있던 커다란 나무가 사방으로 쓰러졌다.
“역시…, 에너지 변환장치는 아직도 작동하는구나. 사실 난 이 연구가 성공하길 기원했단다. 혹시 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마을을 지켜 온 거야. 하지만 사람들을 위협하는 장치가 돼 버렸으니….”
음보그 할아버지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연구를 잘못해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린 과학자의 죄책감 같은 눈빛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죠? 멈출 방법은 없나요?”
하타나가 다급하게 말했다.
“사실 연구실 중앙 지하에 전원 장치가 있단다. 작동을 멈추려면 전원 장치를 꺼야 해.”
전원을 끄면 된다고? 아니 그렇게 아주 간단한 일을 왜 지금까지 안 한 거지? 밍맹몽은 다시 한번 생방송이 생각났다.
“얘들아, 모여봐. 이거 봐 그냥 스위치 끄면 된다는 거잖아. 이거 지금 생방송인 거야. 지구래서 다 보고 있는 거지.”
“그래~, 이번 시간은 미끄러운 마을로 찾아간 밍맹몽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얼마나 또 미끄러질까요~, 우리 함께 가 보시죠~. MC가 막 이러고 말이야.”
“그래, 기왕하는 거 우리 연기를 보여 주자고.”
이런 저런 이야기로 소곤소곤 수다를 떨면서 밍맹몽 일행은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생각보다 연구실 안은 엉망진창이 돼 있었다. 통로는 많이 찌그러져 있고 문도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마치 동굴과 같은 미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갔다. 그때였다. 또 노란 빛이 또 솟아올랐다. 이번에는 연구실이 모두 무너질 것 같은 커다란 진동이 울렸다.
“위험해~!”
기둥이 무너지고 연구실 바닥이 갈라졌다. 그리고는 시커먼 먼지가 일어나면서 일행이 컴컴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이건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았다. 작동을 멈추지 못하게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으…, 괜찮니?”
맹이가 정신을 차려보니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일행은 다시 정신 차리고 전원 장치를 찾았다.
“아…. 이게 중앙 전원 장치로구나. 하지만 잠금장치가 되어 있는데….”
눈앞에는 거대한 시험관 같은 기둥에 놓여 있었다. 전원 장치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식 기계장치로 되어 있는 또 다른 잠금장치가 되어 있었다.
“어? 알았다. 이거 설계도 모습하고 비슷한데?”
그랬다. 알고 보니 잠금장치는 반댈루 행성의 설계도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미끄러이키지지로 표시된 부분을 누르자 알파벳 네 개로 된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되어 있었다.
“알파벳 네 개로 된 비밀번호? 혹시?”
밍맹몽은 생각이 모두 똑같았다.
“N…, S…, E…, N….”
은디요가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잠금장치가 열렸다. 그때 전원 장치에 표시된 에너지 게이지가 빨갛게 올라갔다.
“어느 정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과열되면서 노란빛을 내 뿜나 봐. 빨리 전원 장치를 멈춰!”
하파나가 소리쳤다.
‘피슈~’
전원 장치의 손잡이를 내린 사람은 음보그 할아버지였다. 빨갛게 달아오른 손잡이를 내리느라 할아버지는 심한 화상을 입었다. 그래도 잘못된 연구 결과를 막아야 한다는 과학자의 책임감이라고 할까.
“멈췄어….”
기계장치가 멈췄다. 이제 노란빛도 없고 지진도 없다. 이제 사라진 마찰력도 돌아올 것이고 마을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반댈루 행성을 움직일 에너지를 어디서 구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음보그 할아버지가 사는 이곳은 이제 살만한 곳이 될 것이 분명했다. 음보그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렸다.
“다행이야. 이제 됐어.”
은디요가 할아버지를 일으켰다.
“할아버지, 너무 무거운 마음의 짐을 가지고 계셨어요. 이제 내려놓으셔도 돼요.”
은디요와 음보그 할아버지 뒤로 노란빛을 내던 유리관 안에 무엇인가 반짝이는 물체가 있었다.
“어? 저거 비밀 열쇠 아냐?”
몽이가 소리쳤다. 세 번째 비밀 열쇠는 노란빛을 뿜던 에너지 장치 안에 있었다. 은디요와 밍맹몽, 하파나는 할아버지를 집에 모셔다드리고 손에 입은 상처도 치료해 드렸다.
“할아버지 이제 편안하게 쉬세요. 이젠 마을의 이름도 바꿔야겠어요.”
중앙 제어센터로 돌아오는 길은 한결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