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정세랑, 문학동네, 2023)
정세랑의 판타지 과학 소설은 독특하면서도 쉬워서 좋아한다. 본인 스스로도 인정하듯 대중소설에 특화된, 어떤 부분이 사람들의 흥미를 이끄는지 잘 아는 재주가 있다.
그런 작가가 과감하게 추리소설 영역에 도전했다. 심지어 천 년도 더 거슬러 올라간 통일 직후 신라 서라벌을 배경으로 말이다. 걱정을 좀 했었는데 사료 한 귀퉁이에서 낚아 올린 소재와 인물, 시대와 분위기가 추리소설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작가만의 개성을 내뿜는다. 5년을 연구했다더니, 역시는 역시다.
진부한 기교를 답습하기보다는 역사적 시공간을 새롭게 구성하고 그 안에 캐릭터를 담아 스토리를 꾸린다. 특히 주인공인 설자은과 백제 출신 식객 목인곤의 티키타카는 셜록홈스와 왓슨의 그것을 떠올리며 자칫 건조해지기 쉬운 행간을 재치로 가득 채운다.
이 책은 시리즈의 첫 권에 불과하다. 기왕 들어온 추리소설의 영역에서 쉽게 발 빼지 않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소설 마지막 부분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두 번째, 세 번째 연작을 기대해 본다. 이야기가 쌓이면 '보건교사 안은영' 때처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도 은근히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