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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Nov 19. 2024

진부한 기교가 아닌 스토리로 채운 추리소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정세랑, 문학동네, 2023)

정세랑의 판타지 과학 소설은 독특하면서도 쉬워서 좋아한다. 본인 스스로도 인정하듯 대중소설에 특화된, 어떤 부분이 사람들의 흥미를 이끄는지 잘 아는 재주가 있다.


그런 작가가 과감하게 추리소설 영역에 도전했다. 심지어 천 년도 더 거슬러 올라간 통일 직후 신라 서라벌을 배경으로 말이다. 걱정을 좀 했었는데 사료 한 귀퉁이에서 낚아 올린 소재와 인물, 시대와 분위기가 추리소설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작가만의 개성을 내뿜는다. 5년을 연구했다더니, 역시는 역시다.


진부한 기교를 답습하기보다는 역사적 시공간을 새롭게 구성하고 그 안에 캐릭터를 담아 스토리를 꾸린다. 특히 주인공인 설자은과 백제 출신 식객 목인곤의 티키타카는 셜록홈스와 왓슨의 그것을 떠올리며 자칫 건조해지기 쉬운 행간을 재치로 가득 채운다.


이 책은 시리즈의 첫 권에 불과하다. 기왕 들어온 추리소설의 영역에서 쉽게 발 빼지 않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소설 마지막 부분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두 번째, 세 번째 연작을 기대해 본다. 이야기가 쌓이면 '보건교사 안은영' 때처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도 은근히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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