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쉬는 날이면 혼자라도 어디든 간다. 반면에 나는 침대에 드러누워 몸을 일으키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집순이가 바로 나다. 며칠 집에만 있어도 전혀 갑갑해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집에 있으면 좀이 쓰신다는데, 나는 그런 기분을 느껴본 적 없다. 남편은 휴일이면 “오늘 신발 한 번도 안 신을 거예요?”라고 묻는다. “슬리퍼 신잖아요. 다른 신발은 안 신어도 돼요”사고 답한다. 남편은 휴일이니 밖에 나가고 싶은 눈치인데, 나는 여전히 침대가 좋다.
오후 4시쯤 되자, 집안 곳곳을 어슬렁거리는 남편이다. 심심한가 보다. 좋아하는 스포츠 채널도 어쩐지 시큰둥하다. 아마도 응원하는 팀이 지고 있나 보다. 남편에게 슬쩍 “밖에 나갈래요!”라고 물으니 산책 가자는 말을 들은 강아지처럼 신났다. 대충 모자를 눌러쓰고 남편과 함께 신발을 꿰어 신는다. 멀리 가기는 귀찮고 둘이 손을 꼭 잡고서 집 근처 도서관으로 간다.
나는 책을 읽지 않아도 책 욕심은 많아서 관심이 가는 책 네 권을 고른다. 한 번에 다섯 권을 빌릴 수 있는데 한 권은 남편을 위해 남겨 놓는다. 내가 책을 고르는 동안 그는 소파에 앉아 여행책을 읽는다. 코로나 19로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고 심지어 우린 함께 비행기도 타지 못했다. 여름휴가로 제주도를 갈 계획이었는데, 태풍이 몰아쳐 비행기가 결항됐다. 그 바람에 그와 나는 강릉으로 급하게 휴가지를 옮겼다. 그때부터 비는 우리를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해외는커녕 제주도 가보지 못했기에 ‘언젠간 꼭 간다’라고 벼르고 있다.
고른 책을 들고서 남편 곁에 섰더니 남편은 여행 정보를 메모까지 해가며 열심히 여행지를 고른다. “빌리고 싶은 책 없어요?”라고 물으니 어학 분야의 서고로 가 영어 문법책을 고른다. 최근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다. 다섯 권의 책을 모두 골라 우리는 가까운 커피숍으로 가서는 마주 보고 앉아 수다를 떨었다. 그날 우리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데이트를 하고 온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때 빌렸던 책은 채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지만, 우리는 무료한 주말이면 다시 도서관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빌린 책 모두 읽고 반납하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