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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는지 Oct 22. 2023

전쟁이 터져도 우리는 일상으로 맞선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전쟁이 대응하는 방법

작년 2월, 러-우 전쟁이 시작되기 전, 우크라이나 정부가 국민들에게 마지막 경보를 알렸고 러시아가 침공하기 일주일 전부터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대거 출국했다. 


치앙마이에서 만난 제 우크라이나 친구들도 그들 중 일부였다. 매일 오피스에서 만날 때마다 아직 키이우에 남아있는 내 친구들의 친구들,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현지상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받으면서 난생처음 전쟁을 조금이나마 간접경험 했던 것 같다.


어느날은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길래 한 친구에게 가족들의 안부를 물었는데 그 친구가 내게 해 준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우리는 일상으로 맞서고 있어. 그게 러시아를 굴복시킬 무기라고 사람들은 그렇게 믿어.’


전기통신이 끊기면 동네 관공서에서 발전기를 돌리고 거기에 사람들이 모여서 누구는 일을 하고 공부도 하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한켠에서 물건도 판다고. 보조배터리를 충전하면 노트북 핸드폰들고 어디든 가면 된다고. 심지어 그 친구네 동네 네일샵은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핸드폰 후레쉬로 불을 켜고 네일 받는다고.. (나는 속으로 그 와중에 네일받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면서 놀랐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쫌 멋진걸, 싶더라)


꼭 총이나 포탄이 터지는 전쟁이 아니더라도 우리 앞에는 다양한 모습을 한 위기의 순간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럴 때일수록 나의 일상이 흐트러지지 않게 잘 붙잡아야 한다. 늘 먹는 밥이여도 맛있다맛있다 하면서 먹고, 늘 걷던 길도 한번쯤 다른데 시선을 두고 예뻐라하며 걷고, 맘편한 친구랑 별거 아닌 이야기에 하하호호거리면서 좋아라 하고.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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