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않은 거리

by 진경


말이 없었다.

그저 옅은 숨,

산맥 너머 바람처럼 오갔다.

이해는 언제나, 목소리보다 기류에 가까웠다.


머문 자리는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보다 가볍고,

기억보다 오래 남았다.

어떤 존재는

부재로 더 또렷해진다.


손끝이 닿지 않은 손끝,

그리움은 언제나

침묵의 가장 깊은 곳에서 자랐다.

전하지 못한 말은

내 이름을 천천히 지워간다.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달빛이 두 개의 창을 적셨다.

멀리 떨어진 두 그림자는

하나의 밤을 나누어 가졌다.

닿지 않은 거리만큼, 우리는 가까웠다.


닿지 못한 사랑은

소멸이 아닌,

존재의 다른 형태였다.

서로의 부재를 감싸며

긴 시간 우리는

하나의 궤도를 돌고 있었다.


#眞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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