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추억

전직 농장 수뇌의 최후 진술 — 오웰 초고 유출본

by 진경


처음엔 나도

이 농장을 바로 세울 작정이었다.

땅은 황폐했고,

동물들은 방향을 잃었으며,

곡식은 빨갛게 썩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두 발로 일어섰다.

그리고 선언했다.

“이제부터, 나폴레옹이 이끈다.”


돼지라서가 아니다.

머리가 좋아서였다.

(정확히는, 바보들을 잘 속여서였다.)


그 뒤로,

모든 규칙은 간단해졌다.

“나폴레옹이 옳다.”

— 옳은 건 나폴레옹이 정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말은 법이 되었고,

법은 점점 짧아졌다.

결국 단 하나 남았다.


“나폴레옹에게 묻지 마라.”


그러던 어느 날부터,

농장 바깥에서 이상한 소문들이 돌았다.

내가 몰래 저장창고를 뒤졌다는 둥,

내 새끼 돼지가 그림을 모은다는 둥.


심지어 어떤 늙은 작가가

“오웰이 이미 다 써놨다”고

중얼거린다는 소문까지.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모든 동물들을 침묵시키기로.


우선 양 떼를 훈련시켰다.

“네 발은 나빠! 두 발은 좋아!”

그다음 개들을 풀었다.

그리고 말했지.

“농장에 비상사태가 왔다.”


동물들은 침묵했다.

아니, 침묵당했다.


하지만 침묵이 깊어질수록

목소리를 잃은 건,

동물들이 아니라 나였다.


거울은 외면했고,

벽에 비친 그림자는

점점 네 발로 기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밤,

밧줄을 끌며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나폴레옹을 우리에 가두라.”


나는 울부짖었다.

“이건 음모다!

농장은 나 없이는 망할 것이다!”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양 떼마저

웅성거렸다.

“두 발은 너무 멀리 갔어…”


지금 나는,

냄새나는 독방에서

뒷다리를 핥으며 생각한다.


이 모든 게 다

짐승들 때문이다.

내가 이끌어줬는데

배은망덕한 놈들이

등을 돌렸다.


양 떼는 원래 바보였고,

개들은 충성심이 부족했으며,

사람들은 처음부터

날 시기했을 뿐이다.


나는 아무 잘못도 없다.

그땐 비상사태였다.

농장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었다.


언젠간 알게 되겠지.

나 없는 농장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그때 울어봤자

소용없다.


#眞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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